04. 도쿄, 철판 바 하치.

by 광장장



한국에서는 광장에서밖에 먹을 수 없는 독특한 메뉴, 양배추 스테이크. 이 메뉴는 도쿄의 신주쿠에 있는 철판 바 하치의 메뉴 중 하나다. 처음엔 광장의 손님들처럼 고기가 들어가고 양배추가 많이 포함된 메뉴일 거라고 생각하고 주문했다. 양배추만 통째로 구워져 나오는 메뉴. 적당한 소금간에 버터향이 진하게 밴 양배추는 조그만 한 통을 혼자서도 후루룩후루룩 먹어치울 정도였다. 그렇게 친구들이 도쿄를 방문할 때마다 함께 가던 하치, 그 때마다 주문하던 양배추 스테이크에 친구들도 풀을 왜 주문하냐는 핀잔은 언제였는지 잊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언젠가 내가 한국에서 가게를 하게 되면 말이야, 그러면 이거 이 양배추 스테이크 메뉴에 올려도 돼? 하니 물론! 이라며 가게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자마자 양배추 스테이크 레시피는 이거야. 하고 알려주었다.


철판 바 하치는 광장의 단골손님이면 모를 사람이 없을만큼 광장에 큰 영향을 준 장소다. 양배추 스테이크를 비롯해 올해부터 선보이는 매실퐁 또한 하치의 레시피로 만들어졌다. 하치를 만나지 않았다면 광장을 만드는 건 조금 더 먼 미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 브런치에는 하치와의 인연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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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그만둬야지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여행의 마지막 코스가 도쿄였다. 호주에서 출발해 늦은시간 도착한 도쿄의 밤, 불이 켜진 가게는 체인점뿐이었다. 이왕이면 하고 어두운 골목을 헤매다 빨간 등을 발견했다. 빌라 1층의 굳게 닫힌 나무 문. 술집인가? 밥집인가? 열었나? 닫았나?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문을 열자, 고개를 빼꼼 내밀며 이랏샤이마세 (어서오세요) 라는 인사가 들려왔다. 카운터 바에 일곱자리, 좁게 붙은 4인 테이블이 3개 있는 아담한 가게였다. 마침 손님들이 다 나갔고 하치를 같이 운영하는 코지와 준코, 그리고 두 사람의 친구인 하나짱이 카운터바에 앉아있었다. 일본영화에 관심이 많아 배워봐야지 하고 학원을 다니다 두 달만에 그만뒀던 몇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 뿐이었다. 배가 고팠던지라 생맥주와 야끼소바를 주문하고 기다리니,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왔느냐 등의 질문이 들어왔다. 오픈한지 2달도 채 안 된 가게였다. 일본어도 할 줄 모르는 여행자, 외국인이 온 건 처음이라며 일본어는 못하는데 일본 배우와 감독들의 이름을 줄줄 꿰는 나를 신기해했다. 연극판에서 일하며 만났다는 그들과 흥미롭게 몇 시간이고 영화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애써 이야기를 나누어 주는 하치가 재미있어 9일간의 도쿄, 매일 밤 들러 술과 음식을 즐겼다. 그들은 내게 다음날 행선지로 가는 방법과 그 곳에서 가보면 좋을 곳들을 추천해 주었고, 나는 그 동네를 산책하며 만난 디저트나 작은 선물들을 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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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쿄에 갈 때마다 하치에 들렀다. 그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배우다 일본에 살아보는 기회도 생겼다. 하치의 친구들은 고르덴가이라고 하는 작은 바들이 다닥다닥 모여 2,300개의 군락을 이룬 술집 거리로 안내해 주었다. 주인장이 각자의 개성대로 운영하는 가게들. 각자의 규칙을 가진 가게들은 ‘손님은 왕’ 이라는 대접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하치는 내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것 뿐만 아니라 궁금한 레시피가 있으면 물어봐. 알려줄테니. 하며 내 가게라는 건 먼 미래의 점같은 순간부터 든든하게 응원해 주었다.


page.jpg 하치 10주년의 밤.


2016년 12월은 하치가 생긴지 10년이 되는 때였다. 우리가 알게 된 것도 10년째. 언제나 광장에 가봐야지. 하며 든든한 응원을 보내오는 하치 식구들에게 뭐라도 기념이 될 만한 걸 보내고 싶었다. 일본의 좁은 좌석에서 쓰일만한 휴대용 가방걸이가 가장 맘에 들었고, 준코에게만 연락해 코지의 그림을 받아 제작했다. 10주년이라니... 선물만 보내려고 준비했다가 결국은 도쿄행 비행기를 끊고 말았다. 친구의 가게 오픈 10주년에 축하하러 갑니다. 하고. 가게를 닫고 알리지도 않은 채 서프라이즈로 도착한 도쿄, 그리고 하치. 10년째 만나는 단골손님들의 환영에 다들 얼싸안고 박수를 치며 즐거운 기념일을 보냈다. 가길 잘 했다. 그 날은 일반영업일에 광장을 닫은 첫 날이었지만 후회도 없었고, 손님들의 응원에 더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하치에 대해 쓰다보니 광장을 시작할 때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응원을 받았구나, 새삼 깨달았다. 바다건너 하치의 응원도 엄청났지만, 친구, 언니, 오빠, 동생, 부모님, 등등... 그런 하나하나의 응원들이 모여서 광장이 만들어졌다. 하치의 10년처럼 광장의 10년도 만날 수 있게 되었음 좋겠다. 하치의 10주년 그 밤처럼 10년 동안의 손님들이 모여 축하하며 반가워하고 얼싸안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밤, 이제 1년반쯤 지났으니 8년 반쯤 지나면 볼 수 있을까? 부디 나의 체력도, 여러 상황들도 그럴 수 있기만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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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광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막내 알바생, S씨.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부터 광장, 양배추스테이크의 팬이었다. 언젠가 도쿄에 갈 일이 생겼다며 혹시 시간이 나면 하치에 가고 싶다고 했다. 물어본 사람은 여럿이었는데, 직접 가서 코지와의 사진을 보내왔던 S씨에게 이번 하치편의 인터뷰를 부탁했다.


S씨,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양배추 스테이크 + 맥스 생맥주!!!!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학교에서 과제로 혼술하는 사람들을 위한 물건을 디자인해야 했습니다. 검색하다가 광장을 알게됐고, 양배추 스테이크를 한 입 먹고 반해버려서 그 다음 주에도 과제를 핑계 삼아 왔습니다.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게 선물하는 공간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생략해도 됩니다.)

- 광장을 통해 위로받는 광장러들을 위해, 부디 이 자리에 오래토록 있어주세요!


5. 하치에 가게 된 계기는?

- 도쿄 4박 5일 여행 중이었습니다. 가고 싶었던 곳이 전부 문을 닫거나 사라져버려서 아침부터 허탕만 치던 하루였어요. 속상하기도 하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스케줄도 모두 취소해버렸습니다. 맛있는 거 먹고 기분이나 풀자, 했는데 오기 전에 광장 사장님께 하치 주소를 물어봤던 게 기억나더라구요.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하치를 가게 되었습니다.


6. 하치에 대한 인상은?

- 구글맵 하나에 의지해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혼자 조심조심 걷다 빨간 등이 보였고 하치를 만났습니다. 영업중인걸까 어리둥절해하며 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저보다 더 어리둥절해하시는 사장님이 계셨어요. 광장을 통해 왔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편안한 표정을 하셨습니다. 가서 당연히 제 사랑 양배추스테이크의 원조를 맛보았어요! 여행의 고됨을 충분히 달래주고도 남는 맛이었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못하는데도 이것저것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던 사장님 부부와 예전부터 오래 알고 지낸 듯 편안한 가게 분위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혼자 간 여행이라 이것저것 많이 시켜먹을 수 없었던 게 제일 아쉽습니다.

다음에 꼭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밥 먹는 술집,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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