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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견과상념 Nov 21. 2023

스피닝 어디까지 타봤니? 영혼까지 털어줄게

뉴욕의 스피닝 클래스는 뭐가 다를까

 내게 스피닝은 왠지 모르게 무서운 운동이었다. 어디선가 스피닝 잘못 타면 횡문근융해증 (쉽게 말하자면 과격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녹는 것)에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스피닝 클래스로는 선뜻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해본 적도 없거니와 전편에서 소개한 클래스패스에 다른 선택지들도 넘쳐나서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같이 운동을 가기로 한 친구가 SoulCycle (소울사이클)이라는 스피닝 클래스를 가자고 꼬드겼다. 평소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지라 (비록 전기자전거긴 하지만..) 우선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승낙을 했고, 그렇게 첫 스피닝 클래스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45분간의 수업동안 단언컨대 나는 가장 많은 양의 시간당 수분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다섯 번 이상 SoulCycle 클래스를 재방문했는데, 과연 어떤 클래스였는지 소개해보겠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클래스의 내용을 상세하게 묘사했는데 글 마지막에 장단점을 정리해 두었으니 요점이 궁금하신 분은 마지막 문단으로 건너뛰어도 좋다. (물론 안 건너뛰면 더 좋다)


0. 준비하기

 SoulCycle은 스피닝용 자전거를 타는 거라 페달에 신발을 고정시킬 수 있는 클릿 신발이 필요하다. 클릿 신발은 페달과 신발을 완전히 결착시켜 특히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을 때 발이 헛도는 것을 방지해 준다. 물론 나는 클릿 슈즈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4불을 내고 신발을 대여했다. 클릿 슈즈를 신은 채 엉거주춤 걸으며 클래스 룸으로 들어가자 빽빽하게 도열되어 있는 50여 대의 자전거가 나를 반겼다. 내게 배정된 자전거 옆으로 가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스태프가 와서 친절하게 자전거 세팅을 도와주었다. 자전거 안장 높이, 핸들 높이, 안장과 핸들 간격을 함께 조정하고 처음으로 클릿 슈즈를 딸깍 소리와 함께 페달에 결착했다. 자전거 손잡이에는 수건이 놓여있었고 나는 그 수건이 푹 젖을 미래를 모른 채 그저 처음 타보는 스피닝용 자전거를 신기해했다.


수업 공간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 이건 강사님 뷰인데 대부분의 클래스에서는 저 자전거들이 사람들도 가득 찼다.


1. 페달 밟기

 최소한의 간격으로 공간을 빽빽하게 메운 50여 대의 자전거가 거의 다 들어차고 강사님이 들어왔다. 클래스룸은 최소한의 조명만 남겨둔 채 어두워졌고 강사님의 자전거가 올라가 있는 단상에는 자전거를 삥 둘러 촛불이 켜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진 컬트 종교의 어떤 의식 같은 환경에서 노래와 함께 수업이 시작되었다. 노래의 박자에 맞게 페달을 밟는 게 골자인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수업에서 페달 속도와 저항값을 정해주지 않고 완전 자율로 맡긴다는 점이었다. Peloton으로 맛보기를 해본 다른 스피닝 클래스에서는 보통 강사님이 ‘저항값 5-7, 속도 110-120을 유지하세요’ 이런 식으로 기준점을 잡아주곤 했는데,SoulCycle에서는 저항값을 올리고 내리는 타이밍은 알려줄지언정 얼마나 올리고 내릴지, 속도는 얼마나 빠르게 할지 등을 본인의 몸을 기준으로 정하라고 일러주었다. 


강사님 자전거를 감싸고 있는 저 촛불들이 보이는가. 대체 어떤 뉘앙스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2. 더 빨리 혹은 더 세게

 웜업 느낌의 한 곡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속도와 저항이 다양하게 섞인 베리에이션이 시작되었다. 안장에 앉아서 냅다 페달만 밟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은 앉아있는 시간보다 일어서 있는 시간이 길었다. 그렇다고 줄곧 일어서서 자전거를 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오산. 음악이 고조되며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2박자, 4박자씩 반복되고 핸들을 잡는 위치를 가운데, 중간, 위로 바꿔가며 박자에 맞춰 상체를 움직이고, 상체의 방향을 오른쪽 왼쪽으로 바꿨으며 가끔 박수도 추가되었다. (물론 강사님은 거기에 웨이브도 얹고 노래도 따라 불렀다.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비트가 빠른 음악에서는 저항값을 줄인 채 미친 듯이 페달을 밟고, 느린 음악에서는 저항값을 올려 언덕을 넘는 느낌으로 힘껏 페달을 눌러 밟았다. 앉아서 숨 좀 돌릴라치면 자전거를 둘러싼 촛불로 인해 괜히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진 강사님이 동기부여 스피치(?)를 했다.


The moment you passed the door, you’ve already done what you should do. We are all here to celebrate it! 
여러분이 오늘 클래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이미 모든 할 일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이 수업에서 그걸 축하할 뿐입니다!


Pedal as you see a portal to your bright future!! 
밝은 미래로 향하는 포탈이 여러분 앞에 열린 것처럼 힘차게 페달을 밟으세요!!


 이런 말이 5분에 한 번씩 튀어나오고 다른 49명이 함께 그 말에 호응하며 페달을 밟는다고 상상해 보아라. 별 수 없다. 나도 같이 호우! 를 외치며 허벅지에 힘을 싣는 수밖에.


대략 이런 분위기이다. 강사님이 수업 중간중간 끊임없이 동기부여 멘트를 던지고 역시 리액션의 나라 미국 답게 수강생들도 각종 의성어로 호응한다.


3. 덤벨을 드세요! (여기서요?)

 그렇게 정신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페달을 밟자 이미 클래스 중반쯤엔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때 강사님의 외침. 

 Pick up your weight! (덤벨을 드세요!) 

 여기서요?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니 각 자전거마다 안장 뒤에 한 쌍의 덤벨이 거치되어 있었다. 오 주여.. 그렇게 심박수가 최대치로 오른 채로 자전거 안장에 앉아 덤벨 운동이 시작되었다. 한 곡이 재생되는 동안 쉼 없이 이두, 삼두, 어깨 운동을 반복하고 나서야 덤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덤벨은 2kg 정도로 아주 무겁진 않지만 저중량만큼 고반복이기 때문에 곡 마지막즈음에서는 어김없이 어깨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4. 피날레,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곡이다. 강사님은 자전거를 둘러싸고 있는 촛불도 끈 채 최소한의 불빛만 남기고 비장한 목소리로 이 마지막 곡에 모든 것을 쏟자고 했다. 나는 이미 여러 번 폐가 기도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위기를 넘겼는데 말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사님과 다른 사람들의 기세에 눌려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곡은 최소 120 bpm이상의 매우 빠른 음악이었고, 박자에 맞춰 앉아서 페달을 빠른 속도로 밟다가 후렴에서 그 속도를 유지한 채로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는 루틴이었다. 두 번째 후렴쯤에는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지만 어둠 속에서 빠른 음악에 맞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말 그대로 무지성으로 페달을 밟고 있자니 러너스하이 (이 경우에는 싸이클리스트하이가 맞으려나)가 절로 느껴졌다. 그렇게 엔도르핀이 주는 도취감에 젖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리를 움직이며 모든 것을 쏟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간단한 스트레칭 시간에 반쯤 넋이 나간채로 스트레칭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이건 영혼까지 탈탈 터는 스피닝이라 소울사이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게 틀림없어. 


 그렇게 45분간의 질주를 마치고 땀으로 흠뻑 젖은 채 클래스를 나섰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음악,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공간 (참고로 핸드폰이나 애플워치 등 빛나는 것들의 반입도 지양된다), 강사님의 끊임없는 스피치(?), 주변 미국인들의 기세, 특유의 컬트적 분위기에서 몰입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클래스에 들어가기 전과 다를 바 없는 바깥세상이 괜히 새삼스러웠다. 몸에서 수분이 빠진 만큼 개운함과 성취감이 들어찼고 항상 머릿속을 뱅글뱅글 돌던 각종 사소한 걱정거리, 고민거리들도 옅어져 기분 좋은 느슨함이 느껴졌다. 페달 밟기라는 인풋을 넣으면 심박수와 땀이 명확한 아웃풋으로 나오고, 힙 힌지, 견갑 고정 등의 복잡한 동작 없이 그저 발을 힘껏 구르면 되는 스피닝은 이리저리 엉켜있는 나의 사고회로의 나사를 슬며시 풀어주었다. 이마에 슬픔의 삼각형을 새기고 주먹을 꽉 쥐고 다녔던 나는 헐렁한 눈매와 손, 그리고 조금 더 단출하고 직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 클래스를 떠났다. 아, 이래서 ‘소울’ 사이클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그 뒤로도 나는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싶거나 몸이 찌뿌둥해서 땀에 흠뻑 젖고 싶은 날이면 소울사이클을 찾게 되었다. 


최고 심박수 181을 찍은 그 날의 기록 



<소울사이클 총평>


난이도: 4.5/5 (0.5를 뺀 이유는 본인이 어느 정도 저항값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ㅎㅎ)


장점:   

시간 단위 당 소모 칼로리로 따지면 매우 가성비 좋은 운동

외부자극 없이 온전히 운동 자체와 운동을 수행하는 나에게 몰입하게 만들어줌

하나의 클래스에서 그룹이 나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같은 동작을 하기 때문에 집중이 쉬움


단점:   

고강도 유산소를 아예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어려운 난이도

클릿 슈즈가 없다면 매번 4불을 내고 신발을 빌려야 함

다소 비싼 가격. 첫 클래스는 $25에 들을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클래스 당 가격이 $40이다. 가장 비싼 멤버십을 결제하면 한 클래스당 가격이 $30 언저리로 떨어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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