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운동의 끝판왕, 솔리드코어
단 한 번의 클래스로 확실하게 복근의 윤곽이 살아나는 운동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강도와 상관없이 (*매우 중요*) 보장된 효과를 원하는 여러분에게 딱 맞는 운동이 있다. 바로 SolidCore (솔리드코어). 이름만 들어도 코어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것 같은 이 클래스는 도대체 어떤 것이길래 한 번의 클래스로도 확실하게 복근에 음영감을 더해주는지 찬찬히 설명해 보겠다. 솔리드코어 역시 1화에서 소개한 Class Pass 앱을 이용해 방문했다.
솔리드코어는 기본적으로 필라테스에서 사용하는 리포머라는 기구를 사용한다. 리포머의 생김새는 아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리포머는 기구의 몸통 부분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들이 밀거나 잡아당길 수 있게 결합되어 있고, 밀고 당길 때의 텐션을 스프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강한 스프링을 걸거나 스프링의 개수를 늘릴수록, 밀거나 당기기 더 어려워지는 방식이다. 우선 클래스에 입장하면 솔리드코어의 상징색인 푸른색의 옅게 깔린 조명이 쭉 도열되어 있는 리포머를 비추고 있다. 그중 아무 리포머에나 자리를 잡고 기다리다 보면 여느 다른 운동 클래스의 선생님들처럼 무선 마이크를 차고 기합을 잔뜩 불어넣는 에너지 넘치는 선생님이 클래스의 시작을 알린다.
클래스가 시작되면 선생님이 난이도 조절을 위해 클래스 수강 횟수별로 이용해야 하는 스프링 종류 및 개수를 알려준다. 25회 미만 수강생은 회색 스프링 1개, 25회에서 50회 수강생은 흰색 스프링 1개, 50회 이상 수강생은 회색과 흰색 스프링 1개씩 이런 식이다. 참고로 나는 운동 깨나해봤다는 자신감으로 수강 횟수가 5번쯤 됐을 때 흰색 스프링을 걸었다가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으니, 결코 자만하지 말자. 몇 분 간 혼자 낑낑대다가 결국 선생님에게 발각(?)되어 조용히 회색 스프링으로 돌아갔다.
각자 스프링을 걸고 준비가 되면 코어 운동, 즉 복근 운동이 시작된다. 고정되어 있는 리포머 한쪽 끝에 팔을 대고, 움직일 수 있는 부분에 다리를 댄 채 플랭크를 하는 것이 첫 단계이다. 다만 리포머 특성상 매트처럼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플랭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팔과 다리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발을 지지하고 있는 리포머를 계속 힘을 주어 밀어내야 한다. 그러니까 플랭크에 약간의 레그프레스가 더해진 느낌이랄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플랭크 자세로 시작된 복근 운동은 점점 화려한 베리에이션을 더해갔다. 여전히 발로 리포머를 밀어내야 하는 상태에서 팔꿈치와 손바닥을 번갈아서 대는 플랭크, 팔은 고정한 채로 다리를 앞뒤로 접었다 펴는 플랭크에 레그레이즈가 더해진 동작, 다리는 고정한 채로 상체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플랭크에 크런치가 더해진 동작 등 그냥 가만히 버티기만 해도 힘든 플랭크라는 마라맛 동작에 온갖 재료를 집어넣듯이 갖은 동작들이 더해지며 복근이 점차 얼얼해져 갔다.
물론 사이드 플랭크도 빼먹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상복부와 하복부가 조져지고(?) 나자 옆구리 근육 단련을 위해 사이드 플랭크 동작으로 넘어갔다. 한 팔과 한 다리로 리포머를 고정한 채 상하체를 접었다 펴고, 몸을 잔뜩 비튼 채 또다시 리포머를 밀어내며 옆구리도 착실히 고통받았다. 그렇게 코어의 구석구석이, 근섬유 하나하나가 웍 위에서 휘저어지는 마라탕 재료처럼 빠짐없이 달궈졌다.
엎드린 자세로 온갖 종류의 플랭크 동작들을 하다 보니 코어는 물론이고 몸을 지지하고 있는 팔과 다리에 잔뜩 피로감이 몰려와서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을 간절하게 염원하게 되었다. 이만하면 찾아올 때도 된 쉬는 시간이 도대체 왜 오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내 전두엽을 지배할 때쯤 선생님이 말했다.
We don’t have any break times here, but if you need one, please feel free to adjust your pace!
(쉬는 시간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세요)
아… 한줄기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리포머에 무릎을 댔고 동작 두세 개 정도를 흘려보낸 후에야 다시 몸을 세울 수 있었다. 물론 그 ‘자체 쉬는 시간’은 그 후로도 수업 중간중간에 계속 이어졌다.
복근 운동을 한 후에는 수업의 테마에 따라 다른 하체 혹은 상체 운동이 더해졌다. 가장 최근에 간 클래스의 테마는 햄스트링이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리포머 위에서 스트링의 텐션을 이용해 런지 자세에서 리포머를 뒤로 밀어내는 동작이 이어졌다. 물론 거기에 덤벨을 빼놓을 수 없지. 원하는 사람에 한해 덤벨을 들고 마라탕에 감칠맛을 더해주기 고수를 얹듯이 소위 사레레라고 하는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추가해 알싸한 어깨 근육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같은 동작을 12회씩 3세트 이렇게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트별로 동작을 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런지로 예를 들면, 기본 런지를 30초간 반복하고 (여기선 횟수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세트를 쪼갰다), 다음 세트로 아주 약간만 내려갔다 올라가는 동작을 반복하는 미니 런지, 소위 pulse라고 불리는 동작을 또 30초간 반복한다. 그리고는 완전히 내려간 런지자세로 수초 간 버티는 hold 동작으로 세트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디폴트 동작 - 펄스 - 홀드로 이어지는 세트를 끝내고 나면 단순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세트를 끝냈을 때보다 근육이 더 쥐어짜진(…) 느낌이 들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공부했던 지식을 떠올려 보자면 뭔가 이렇게 베리에이션을 주는 세트가 더 효과가 좋다고 배운 것 같은데 과연 그 배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수업의 테마가 되는 다른 부위의 근육 운동을 끝내고 난 후 수업이 끝났다면 해피엔딩이었겠지만 솔리드코어는 결코 만만한 수업이 아니었다. 수미상관이라도 하듯 다시 복근을 달구는 운동이 이어졌고 마무리 복근 운동을 하고 나서야 리포머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첫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클래스 밖의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잠시 멍을 때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no pain no gain의 반대인 yes pain yes gain을 증명하듯 다음날이 되자 기분 좋은 근육통과 함께 뭔가 복부가 조금 올라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미세하게 옆구리의 윤곽이 조금 더 살아나고 묘하게 윗배가 좀 더 판판해진 느낌이랄까. 보통 혼자 운동을 하면 아무리 강도를 높여서 한들 본인이 편한 범위에서만 움직이기 마련이라 다음날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보긴 어려웠는데 솔리드코어 수업 후에는 나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인 만큼 약 0.1mm 정도 더 깊게 파인 것 같은 복근이 보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뭔가 변태 같긴 하지만 확실하게 근육을 ‘조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땐 홀린 듯이 솔리드코어를 찾게 되었다. 뉴욕에서 제대로 복근을 쥐어짜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솔리드코어의 리포머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난이도: 5/5 (축하드립니다 최고 난이도를 획득하셨습니다!)
장점:
코어 근육에 확실한, 대단한, 강렬한 자극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스트렝스 트레이닝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펄스, 홀드 등의 동작을 통해 속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단점:
매우 높은 강도의 운동. 특히 리포머 운동을 전혀 경험해본 적이 없다면 기구 이용 자체도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선생님이 몸소 동작은 보여주는 것이 반,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반이라 가끔은 옆사람을 보며 눈치껏 동작을 따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