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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원일 goldbranch Dec 06. 2020

우울증 일기 #11

잠보다 설레는 일


편곡쟁이로 살아가던 시절엔 잠이 그렇게 고팠다.

TV 예능프로나 영화, 웹툰 같은 것에 몰입되지도 않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고

매 순간이 마감과 긴장 가운데 있으니

밥 먹는 시간조차 겨우 내어야 했다.


마우스질을 너무 많이 해서

피아노 연주에 지장이 생기고,

전화 공포증과 불안증에 심장이 너무 뛰어 아파질 정도가 되고서야

일을 그만두어야만 내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이랄 게 없는 하루는 얼마나 피폐한가.

음악 작업자의 삶은 우리 안에 갇힌 채 쳇바퀴를 종일 돌리며 벌판을 달리는 줄 착각하는 햄스터와 같다.


더 바보가 되지 않도록,

편곡자로서 영원한 퇴근을 선언한 뒤론,

나의 하루에 여백이 생겼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인 아침.


산책

멍때리기

혼자인 것


아침잠을 이기고 악몽을 지울 만큼 설레는

여백의 즐거움

누구의 연락도 오지 않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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