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다 설레는 일
편곡쟁이로 살아가던 시절엔 잠이 그렇게 고팠다.
TV 예능프로나 영화, 웹툰 같은 것에 몰입되지도 않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고
매 순간이 마감과 긴장 가운데 있으니
밥 먹는 시간조차 겨우 내어야 했다.
마우스질을 너무 많이 해서
피아노 연주에 지장이 생기고,
전화 공포증과 불안증에 심장이 너무 뛰어 아파질 정도가 되고서야
일을 그만두어야만 내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이랄 게 없는 하루는 얼마나 피폐한가.
음악 작업자의 삶은 우리 안에 갇힌 채 쳇바퀴를 종일 돌리며 벌판을 달리는 줄 착각하는 햄스터와 같다.
더 바보가 되지 않도록,
편곡자로서 영원한 퇴근을 선언한 뒤론,
나의 하루에 여백이 생겼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인 아침.
산책
멍때리기
혼자인 것
아침잠을 이기고 악몽을 지울 만큼 설레는
여백의 즐거움
누구의 연락도 오지 않는 이 시간이 무엇보다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