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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Jan 19. 2023

대상포진

대화가 필요해!

아빠가 2주 전 대상포진에 걸렸었다는 얘길 들었다(지금은 병원 다니면서 약도 먹고 회복 중이라는). 뭔가 2주 전에 가족 단톡방에 코로나 검사 킷 결과(음성)가 올라와서 그냥 검사했나 보다 했었는데 그때쯤이었나 보다. 아빠는 올해 68살(한국과 인터내셔널 나이가 같아졌으니 작년에 이어 68살... 올해는 나이 계산이 더 헷갈릴 것 같다)로 아직 현역에 계시다. 많은 사람들이 65세 또는 그전에 퇴직을 하는데 반해 꽤 오랫동안 일을 하고 계시는 셈. 그런 그에게 엄마는 퇴직하지 말라는 반대를 하고 계신단다. 그런 엄마의 마음도, 조금 쉬고 싶은 아빠의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상포진이 올 정도로 스트레스+건강상 문제가 생겼다면 좀 더 고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정말 다행인 건 가족들이 다 건강 체질이라 크게 아픈 곳이 없다, 평균에 비교해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자면, 많은 사람들이(대부분 그때 그 시절엔 맞벌이가 아닌 혼벌이였으니, 대부분 남자) 퇴직 후에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갑작스레 많아진 혼자만의 시간에 급 늙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엄마 입장에선 아빠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더 건강하게 현직을 유지하며 살았음 싶은 마음일 게다(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자면, 20대 중반부터 40년 넘게 정말 있는 힘닿는 대로 일을 해왔으니 이제는 연금도 나오겠다 조금 쉬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세금 관련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기도 한 것 같고... 사실 난 아빠가 지금이라도 정말 돈 버는 것을 떠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이라도 젊을 때 했으면 좋겠다 싶지만, 부모님 용돈도 제대로 못 드리고 있는 나라서 이런 의견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 포지션이다. 그렇다고 안 펼치지도 않는다. 다만 파워면에서 좀 달리지 않나 싶은 개인적으로 느낌적인 느낌이 들뿐.

대상포진을 알게 됐던 건 20대 초반, 봉사활동을 해외로 나가기 위해 파견 전 훈련을 받고 있을 때 훈련 담당하시던 교관님 중 한 분이 아프시단 얘길 들었었고 그게 대상포진이었다. 당시에도 (너무 다행스럽게도) 나는 건강 체질이라 누가 아프다 그러면 이핼 못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다는 얘길 듣고, 거기다 대상포진이라는 게 정말 말도 안 되게 아픈 거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이후로 주위 몇몇 사람들이 걸렸었다고도 들었는데 그걸 아빠가 걸렸다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1년 정도 0.5인분으로 살아왔는데(이전에 일당백으로 살 때도 있었다) 좀 더 장기적 플랜을 세워서 살아야겠단 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다.

글을 다시 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하는데 정말 저리 생각하고 계실지는 직접 물어봐야겠단 생각.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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