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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Jan 20. 2023

#5_런던

좋은 친구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본격적인 여행 첫날,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났다. 시간을 나누고 일정을 잡고(그렇다, 누가 뭐래도 나는 capital J 성향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대략의 프레임을 정해 만나서 타워 브리지에서 템스강을 따라 조깅을 하기로 했다. 잘 뛰고 싶지만 뜀에 대한 노력이 쉽지 않은 나는 꾸준히 잘 뛰는 사람을 만나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개인적인 욕망(?)을 친구에게 내비쳤고 그 친구는 그렇게 먹이를 물어뿐 것이여. 그리고 긴 얘기 끝에 나올 결말의 한 부분을 먼저 얘기하자면 너무 무리를 했다는 결론. 나는 하루 최다 걸음 수였던 36,000보(혼자 한라산 등반해서 백록담 찍고 왔던 날)라는 기록을 훌쩍 깨서 42,000보로 경신했고 친구는 후유증으로 목이 아팠다는 웃픈 이야기. 평소 성취를 즐기는 나로선 너무 재미난 경험이기도:)


친구를 기다리며 러닝 하시는 분을 봤는데, '딱 저 느낌이야!' 했던:)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걷다 마주한 분수대. 벤치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 시간마저 너무 좋았다, 여행자의 마음이란. 덴마크에서도 가능할 법한 일이지만 하기 힘든 이유가 '학생'이라는 상황을 의도적으로나마 벗어던져 놓기가 어렵다. 영국이라는 평소의 주거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여행자'라는 신분을 득함과 동시에 100%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의 가치랄까...


그리곤 친구를 만나 아주 잠~시 뛰었다는. 그도 그럴 게 오랜만에 만난 지라 할 얘기가 너무 많고 우리가 목적했던 곳의 거리가 꽤나 멀고 구경할 것도 너무 많아서 조깅을 같이 하기엔 육체적/시간적 제약이 너무 컸다. 저 잠시 뛴 것 마저도 핵간지(아, 이런 말 좋아하지 않지만... 뉘앙스는 무시할 수가 없구나!)였던 그날 아침의 기억.


가는 길에 버로우 마켓에 들러 맛 좋은 굴(산지에 따라 그 매력이 달랐던! 작은 건 스위트한 맛에, 큰 건 풍미와 리치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던!)도 맛보고:) 쓱 한 번 둘러보고(목적은 친구와의 만남이었으므로!)


세인트 폴 성당 가든에 앉아 엄청 광범위하고 다양한 얘기를 하고 서로 간의 합의점(?)을 찾았다. 뭔가 어렴풋이나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에게 얘기를 털어놓게 만든 장본인은 그날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고 있을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를 만나러 고고씽. 멍하니 있다가 약속 시간 늦었단 소리를 듣고 급발진해서 우다닥 달린 ㅎㅎㅎㅎㅎ 어쨌거나 저쨌거나 달려서 먼저 도착! 먹기로 했던 포케를 사서 하이드 파크로:)

포케를 제대로 먹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스리라차 마요 소스 베이스에 연어 포케는 딱 내 입맛에 맞았다. 평소 건강식과는 조금의 거리가 있는 나는(좋아하지만 굳이 고기와 건강식이 있다면 고기를 선택하는 대표적인 잡식주의자, 나야) 이런 기회를 가짐으로써 내가 뭘 더 좋아할 수 있는지 다시금 알아가는 게 즐겁다!


돗자리 깔아놓고 밥 먹으며 도란도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또 한 번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져들고,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가 좀 많이 편해져서 내 속 얘기를 뜬금포로 막 꺼내놓기도 하는데 이전에 표현하지 않았던 것들을 조금 유연하고 우아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친구가 추천한 Victoria & Albert Museum. 중간 정원에 있던 분수도 아닌 작은 물가에서 발 담그기 시전. 물집이 이리저리 잡힌 내 발이 시원한 물속에 들어가니 열기가 가라앉는 느낌이라 그리고 주위의 풍경과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평안함이 온전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시간이었다. 현지인의 추천이란 아묻따!

그렇게 밀려드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친구들과 작별을 고했다. 탄자니아에서부터 이어진 우리의 인연이, 한국을 거쳐 영국에서 이루어진 것은 그것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 이어질 우리들의 얘기에 아주 작은 추억일 뿐(반어법). 이건 그런 나 그리고 우리들의 시작이기에 훨씬 더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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