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빚 갚기

베니스 - 2019

by 권 Gwon
피렌체의 아침

피렌체 아침이 밝았다

나는 이탈리아 남부까지 여행을 계획하려고 했으나

이탈리아 남부까지 다녀오면 유럽 전체 일정이 틀어질 것 같아서

나의 가장 치부인 베니스로 떠났다

그 날의 기억은 너무나도 끔찍했으므로

나는 그 찝찝한 마음의 빚을 갚으러 베니스에 도착했다

베니스의 오후는 내리쬐는 태양과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이 도시를 수많은 관광객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정말 빚을 갚으러 베니스에 왔으므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기 위해 버스를 예약해두고 그 레스토랑으로 몸을 향했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으니

2년전 나는 이탈리아 베니스 여행중에 파스타 1인분 가격을 2인분으로 잘못알고 현금이 없던 우리에게 친절한 종업원 할아버지꼐서 입을 꼬매는 제스쳐를 취하며 괜찮다고 나가라고 하셨던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마치 어글리 코리안이 된 것 같아서

사실 피렌체에서 크로아티아로 갈 수 있었으나

이번 여행에서 빛을 청산해야 남은 1달 반의 시간은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레스토랑 앞에 서있고

흔들어도 열리지 않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오픈시간이 3시간 후 저녁이라는 것을 알고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몸을 돌렸다

관광지라 맛집으로 유명해 점심부터 문이 열려져 있을거라고 착각을 했었다

그렇게 빚은 미래로 남겨져버렸다

누군가는 쉽게 생각하는 일이어도

나에겐 쉽게 잊혀지는 일이 아니었다

버스정류장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원래는 그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으며 계산할때 나를 기억하냐는 그런 상상을 갖으며 이곳에 찾아왔는데

현실은 1인 식탁에 앉아 알리오올리오를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알리오올리오는 우리나라의 비빔밥, 백반과도 같다고 한다

너무나도 대중음식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고장에서 알리오올리오라니

기대를 하고 한입을 먹는 순간

마늘향은 잠깐 넣었다 뺸듯이 느껴졌고

뿌린건지, 흘린건지도 모르는 바질은 미관만 해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베니스와 맞지 않는 사람일수도 있겠다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파스타를 먹어치웠다

그렇게 나는 버스를 타고 베니스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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