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설레는 마음으로 등록한 첫 글쓰기 강의에서 김민영 선생님을 만났다. 그녀를 통해 <달과6펜스>가 인생책이라고 소개받았다. 올해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며, 도넛쌤의 '서머싯몸'독서모임에 참여하게되었고, 서머싯몸 신작을 읽기전 <달과6펜스>부터 읽기를 추천받았다.
<달과6펜스>는 책 제목과 같이 Moon 즉 달과 같은 이상세계와, 6펜스 한국화폐로 변환하면 1원에 해당하는 현실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실과 이상에 대한 얘기이기도하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는 증권중개인으로 일반적인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다 한 순간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모든 세상적인 것을 내다버리고 그림에만 열중한다. 달과6펜스는 그의 삶을 통해 현실을 벗어나 '숭고한 예술'을 추구하는 삶, 또는 세상의 권유가 아닌 '나 자신이 하고싶은 것에 집중 하는 삶'에 대해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예술을 숭고하고, 때로는 원시적이며, 근원적 본능에 비유하는 부분들이 광적이고 기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적인 삶, 자본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비꼬는 부분에서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서머싯몸은 '유희'를 갖고있는 작가로 보여진다. 이렇게 소설을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이 흥미로왔다. '유머'가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생각 났다. 하지만 흑과백을 나누듯 현실과 예술을 구분하는 부분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현실을 버리고 이상만 좇는 것이 온전한 예술이라는 의미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반감이 든 부분도 있었다. 나는 반드시 현실에서 해야할 것 들이 있다고 믿는다. '실존주의 철학'과 같이 현실과 이상에 대해 '앎' '지식'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현실에 몸 담는 우리의 삶 동안 지금에 집중하고 해나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서머싯 몸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며 더욱 그를 알아가고 싶다.
2. 발췌
259p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