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깨우지 말지

by 주렁양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칠 때면, 나오는 소리가 있다.

“한 번만, 단 한 번만 깨우지 말지.”




내 몸은 조금 약하게 태어났다. 무거운 병들은 아니지만, 자잘한 병치레로 수술을 10번 정도 했다. 들어보면, 누구나 한 번 쯤 걸렸을만한 병이다. 선천성 백내장, 중이염, 갑상선암, 자궁내막증. 편도선.. 등등 다들 잘 알 것이다. 이중에 중이염은 3번, 백내장은 2번 수술했다. 이외에도 어릴 때 해서 기억나지 않는 수술 두어 번이 포함되어 있다. 이 병들의 결과는? 아직 살아있으니 진행 중이겠지만, 결국 청력이 떨어져서 젊은 나이에 보청기를 낀지 6년차 접어들었다. 왼쪽 눈은, 태어나 백일 되었을 때 수술로 망막을 다 긁어서 오른쪽 눈으로 살고 있었는데, 1년 전부터 양쪽 눈에 녹내장이 의심되어 안압 약으로 안압을 조절하고 있다.



자주, 무섭다.

언젠가 내 눈이 멀까?

언젠가 내 귀가 들리지 않을까?



보청기를 통해 듣는 소리는 그래도 점점 적응을 해가고 있다. 하지만 몸이 조금이라도 힘든 날엔 그 소리가 버겁다. 눈이야 안보이니, 대충 보고 산다. 그러니 잘 넘어지고 다치고 사람관계에서도 자신감이 없고 그렇다. 그래도 나름 버티고 또 버티고 살아가다가, 어떤 슬픔이나 아픔이 너무 무겁게 짓누르는 날에 나오는 소리다.

“한 번만, 단 한번만 깨우지 말지.“



마취하고 머무는 수술실.

그 열 번의 순간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깨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자듯이 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이 고통과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알고 있다. 나의 그런 죽음은, 가족에게 고통이겠지. 아픈 딸, 아픈 동생에게 많은 애를 쓰고 사랑했는데, 그렇게 죽으면 나는 편해도 가족의 남은 세월은 힘들겠지.



나의 버팀은 가족 때문이다.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을 때는 여러 이유들이 더 있지만, 가장 최악일 때, 유일한 이유는 가족, 하나다.




그래서, 사랑이 중요한가보다.

그래서, 그 사랑 좀 더 받으라고.

그리고, 그 사랑 너도 좀 나눠주라고.

그렇게 계속, 깨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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