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by 주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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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청소했다. 혼자 쓰는 곳이지만, 원래 정리가 취미이고 정리가 되야 일이 되는 사람이라서 정리는 자주하는 편이다. 그러나 청소는 다르다. 쓸고 닦고 하는 것은 자주 하지 않는다. 아, 그렇다고 일주일에 한 번 하진 않는다. 2-3일에 한 번은 하는 것같다. 어느 날은 청소기를 돌리고, 어느 날은 밀대로 민다. 그러다가 간혹 손걸레질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흠칫 놀란다. 청소기를 돌렸어도 여전히 비웃고 있는 머리카락들과 정체 모를 부스러기 등을 보고 말이다. 묵묵히 청소를 하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눈이 안 좋아 다행이지.'


그렇다. 눈이 좋지 않다. 머리카락, 작은 먼지나, 부스러기들은 아주 가까이 가서 보지 않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자주 말했다. '안보여도 매일 손으로 휙휙 해서 머리카락 좀 주워.' 어릴 때 그 말은 괜히 상처가 되었다. '내가 보이면 그렇겠어?' 라는 툴툴거리면서 말이다.


엄마도 오죽 답답하면 그랬을까. 그리고 엄마도 눈이 안보인다는 게 뭔지 모르니 그럴 수 밖에.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도 이해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까. 내가 머리카락 떨어진 게 답답한 엄마를 잘 이해 못하듯 말이다.


하지만, 나도 살짝의 강박이 있다. 작업실을 나설 때 나름의 체크를 한다. 가스레인지는 껐나? 환풍기는 껐나? 창문은 닫혔나? 현관문 삑삑하고 나간 후에 잘 잠겼나? 등등 을 체크를 하고 나가야 속이 편하다. 만약에라도 조금 걸어 나갔다가 찜찜하면, 다시 작업실으로 돌아가서 확인을 하곤 한다(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만약 눈이 잘 보여서 모든 먼지들이 능글능글 맞게 돌아다는 게 눈에 모두 보였다면, 난 강박적으로 청소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니, 감사하지 않은가. 정리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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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다가 하나 더 감사가 떠오른다. 조금 전까지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그런데, 윗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낼름보청기를 뺐다. 그러니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 이 공간은 내 작업실이니, 집중할 때는 소음이 들리면 괴롭다. 그런데, 윗집이나 옆집, 복도 소음이나, 내 작업실에서 정기적으로 울리는 냉장고 소리, 에언컨 소리, 베란다의 환풍기 소리 등등은 보청기를 빼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가. 나름 좀 예민한 편인데 ㅋ 그것들이 잘 안들리니 말이다.


그래도 더 잘 들리는 게 낫지 않아?

그래도 더 잘 보이는 게 낫지 않아?


그 말은 다시,


그래도 더 예쁜 게 낫지 않아?

그래도 더 건강한 게 낫지 않아?

그래도 결혼하는 게 낫지 않아?


와 다르지 않다.


더 나은 게 뭘까? 왜 그런 것들이 더 나아야하는 걸까? 낫다는 기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미디어에서? 옆의 친구에게서? 부모님에게서? 비교는 우리를 좀 먹는다. 나는 귀와 눈이 안좋게 태어났다. 예쁘지도 않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들을 다 가진 누군가는 행복한가? 거기서도 나뉠 것이다. 행복한 자와 안 행복한 자. 누가 그 행복을 정해주지 않는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거기서 작은 감사를 찾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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