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나는 살기 싫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게 뭔지 몰랐다.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항상 누군가를 짝사랑해왔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과연, 내가 누군가와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이번 생을 글렀다고.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대학에 들어가 풍물 동아리를 하며 짝사랑한 녀석이 있다. 녀석과 나는 친했다. 녀석은 내 친구를 좋아한다며 내게 고민 상담을 했다. 그 당시 내 친구는 애인이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술 기운에 어느날 고백을 해버렸다. 녀석은 당황해했고, 나를 안타까워했다. 녀석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왜 고백했니라는 그 눈빛이. 이미 그의 마음은 다른 사람으로 차있었고, 나와는 좋은 친구 사이였기때문일테지. ..당연히 내 고백은 사라져버렸고, 친했던 녀석과의 사이는 서먹해져버렸다.
그후, 나는 연애 따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는 친구도 가족도 있지만, 모두 나와 같이 사랑에 있어서는 서툴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내게 언제나 부드러웠다. 그의 행동은 언제나 내가 우선이었다.
그와 만나던 때에 갑작스레 비가 온 날이 있었다. 나는 우산이 없었다. 빗속을 뛰어가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왔다. 스무살 무렵엔 풍물 동아리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때 내가 가는 풍물공연도 따라와주었다. (그는 1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가자니까 낯모르는 내 남녀 친구들 무리와 여행도 갔다. 만남의 장소는 언제나 내 중심이었다. 그가 익숙한 곳이 아니라 말이다. 그의 집은 우리 집과 가깝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처음으로 지갑을 잃어버린 날. 그는 가지고 있던 현금을 털어 내게 다 주고, 무임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유학 가기 전 날, 가족과 있어야할 그 때 그는 나와 밤 늦게까지 있었다. 그리고 나보다 그가 더 많이 울었다. 연애하는 이들에게 이것 소소한 것들이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뒤의 연애에서는 그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 ...다 일일이 더 쓰진 못하겠다. 하지만.. 그때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뭔지 알게된 것이. 누군가 사랑하면 이렇게 하는 구나. 그는 꽤 많은 부분에서 내게 감동을 주었다. 내게 화가 나있을 때조차도 화를 크게 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감추진 않았다. 나에 대한 서운함있을 때 말을 하지만, 내게 상처를 주진 않았다. 그가 조건이 대단한 사람이냐고? 아닐 것이다. 그가 성인군자냐고? 아닐 것이다.
그는, 그저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 어떤 글귀를 보고 이 오래된 첫 사랑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마워. 나를 만나줘서. 난 너무 서툴었는데. 사랑이 뭔지 몰랐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우리가 좀더 커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니가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말은 아무 소용이 없지. 너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니 알겠더라. 너와 사랑을 했던 것이 참, 내게 큰 감사고 의미구나. 넌 지금은 누군가 함께 있겠지. 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기를. 정말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