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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렁양 Feb 03. 2022

구정연휴와 J


언제나 시간을 쓰는 것에 있어 맘에 들지 않는다. 좀더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작년 한해를 돌아보기 전, 난 왜 열심히 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아보고 나니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 나라는 것을 스스로 매번 잘 알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설 연휴.

토, 일, 월, 화, 수.


자, 토요일에서 일요일은 언니네 가족이 왔다갔다. 부모님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조카들과는 내가 계획해서 보드겜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알차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둘째 조카는 자주 심심해란 말을 하는 아이인데, 나와 있을 땐 단 한번도 심심하단 소리를 하지 않았다. 참고로 난 육체적으로는 놀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일요일 낮부터 월요일 밤까지, 작업실에서 포스터 디자인을 하면서 먹고 자고 넷플릭스 보았다.


월요일 밤부터 화요일 아침까지 집으로 갔다. 부모님과 아침에 예배 드리고 떡국을 먹었다. 나름 그 날은 부모님과 보내려 했으나, 엄마 왈 '어차피 눈와서 산에 못가니까, 넌 그냥 가' 넹? 흠. 아. 엄마와의 시간을 잘 보내려 각오했던 내 맘과 달리 가라고 하신 그 말을 넙죽 받아 집에서 탈출하여 작업실로 왔다.


화요일 점심부터 수요일, 내 포스팅, 회사 포스팅 등 6-7개를 했다. 그 외엔 내내 먹고 자고 넷플릭스 보았다..


목요일인 오늘. 하루 종일 일하고 나름 알차게 보내면서 흡족함이 살아난다. 하지만 설 연휴 내내 알차게 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쓰다보니, 어? 아예 논 게 아닌데? ..이 글을 쓴 진짜 이유는, 친한 동생의 톡때문이었다. 내가 '..계속 넷플보고 먹고 자고만 했어. 간간히 일하긴 했지만.. 시간을 대부분 잘 사용하지 못해서, 나 넘 엉망으로 연휴를 보낸 것같아 ㅠㅠ'  동생왈, '..우리 J. 명절에도 시간 사용이라니.. ㅋㅋㅋ' 이 카톡에 어? 어? 라는 생각이 든거였다. 난 언제나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지 못하면, 하루가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지 못한 느낌이다. 이래도 돼! 라고 하는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하루 정도는 괜찮아도 많은 시간을 그렇게 허비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한다.


하지만, 맞다. 노는 날 논 게 잘못은 아니다. 찜찜할 필요도 없다. 해야할 일이 많아서 다 해내지 못한다는 부담감에 쉬는 날이라는 개념없이 일하고 있다. 솔직히, 내겐 쉬는 날이 없다. 일의 특성상 사람들과 소통을 자주 해야하기에, 특정  기간엔 밤낮도 잘 없이 톡이 오간다. (그래서 내 핸드폰 톡 알람은 꺼져있다.) 컴퓨터로 일하기에 거의 대부분 나는 즉답한다. 이런 나를 일에서 잠시라도 끊어내기 위해 올해 초, 바다에 다녀왔다. 그곳에서도 간간히 일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생각하지 않고 지낼 수 있어 좋았다.


논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내가 되면 좋겠다. 계획적인 성향이 강하기에 (처음할 땐 J 만점, 지금은 아주 조금 낮아진 상태) 이런 것도 연습할 필요가 있다. 괜찮아. 쉴 땐 쉬어도 돼. 괜찮아. 심호흡해봐. 괜찮다고. 바보 멍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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