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by 주렁양





정상에 올라가 탁 트인 정경을 보듯, 어느새 우와 만족스럽다. 라는 나날이 하루 이틀 늘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사는 게 재밌네 라는 생각을 하는 날들도 생겼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일이 바빠지더니, 몸이 아프더니, 병원을 네 군데 가고, 눈이 좀 아프면서 나의 불안에 정점을 찍었다.



숱하게 많이 다쳤고, 아팠고, 수술을 했지만, ‘공포’를 느낀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눈이 조금 아픈데도 무서웠다. 이미 안좋고 약한 눈이니까, 인생 어느 시점에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막상 정말 그럴까봐, 무서웠다.



왜 무서울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두 가지 이유였다. 점점 차오르는 나의 만족스러운 삶에 눈이 큰 역할을 하니까. 그 충만한 삶을 뺏길까봐가 첫째고, 두번째는 가족의 짐이 될까봐. 이건 어린 날부터 시작된 슬픔이고 아픔이다. 내 병들이 가족의 짐인가 싶은 마음. 아무도 내게 넌 그런 존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온 세월이 길다. 이제 좀 그렇지 않아 라고 생각했는데, 불안이 찾아오니, 이 생각도 같이 고개를 쳐든다.



다시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눈이 머는가. 멀고 난 이후 정말 삶이 재미없을 것인가. 가족의 짐이 될 것인가.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닥치지 않은 일이니, 정말 모른다. 그러니, 지금 그 마음을 선택하지 말자. 일어나지 않은 일에 마음 쓰지 말자.



몸이 좀 무리되었나부지. 며칠 먹고 먹고 하면서, 오늘 좀 나아졌으니, 그래 나아진 지금을 감사하자. 그리고 다시 잘 살자. 불안때문에 마음 쓸 시간 별로 없다. 행여나 정말 눈이 멀 때가 올지도 모르지. 그전에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풍성히

살기로 선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의 근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