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창업일기 #6
#루틴
일찍이 저는 루틴이 있는 생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타리스트였던 저는 하루에 의무적으로 5시간은 연습하려고 노력했고 한 달에 1곡 이상은 작곡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기타 연주 인생 16년간 루틴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어요. 음대생이 되기 전에도, 음대생이 되어서도 그리고 졸업하고 나선 점점 더 가관이 되었죠. 하루 5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 가까이 기타 레슨을 하고 나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 기타는 꼴도 보기 싫어지게 됩니다. 식사 시간이 따로 없는 시간엔 빈속에 믹스 커피만 10잔 가까이 마신 적도 있었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저녁 10시가 되면 비슷한 생활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 밤새 술잔을 기울입니다. 밤새 합주가 아니라 술잔을 말이죠. 루틴의 중요성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이 자의적으로 평생 루틴을 수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루틴은 깨는 건 너무 쉽지만 다시 적용하는 것은 특히 어렵습니다. 세상사 어쩌다 루틴을 어기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항상 그 기점으로 루틴이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죠.
이런 인간에게 루틴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학교와 회사입니다. 학교와 회사에서 주는 지각에 대한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루틴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일찍 일어나기와 쉬는 시간이죠. 특히 회사 생활에서 루틴을 어길 시 돌아오는 페널티는 생존을 위협하죠. 먼 옛날 원시인들에게 루틴은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에너지 낭비를 초례하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의 위치와 적으로부터 지켜줄 안전한 셸터와 사냥 능력입니다. 현대인은 그렇지 않죠. 특히 회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근퇴 관리일 겁니다. 아무리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근퇴 관리가 되지 않으면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듭니다.
여기에서 궁금증. 회사 사장님 혹은 회장님도 근퇴를 지켜야 할까? 지킬까? 정답은 지킨다입니다. 일반 사원에 비해 매우 탄력적이고 유연하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회사 대표도 엄연히 근퇴를 잘 지킵니다. 오히려 적당한 규모의 회사에서는 대표님들이 근퇴를 더 잘 지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재택근무라는 개념도 생겼고, 탄력근무제라는 개념도 생겼습니다. 사실 모든 직장인이 의무적으로 아침 9시까지 출근해서 6시까지 근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최근의 중론입니다. 오히려 10시나 11시에 출근하게 된다면 좀 더 여유로운 출퇴근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각자의 주거지에 따라 근태 시간이 달라지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루틴의 장점은 멘탈을 무시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마음과 생각은 1분에도 몇 번씩 바뀝니다. 조금만 잘못 마음먹어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있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원시시대 우리 조상들은 사냥에 성공해 배불리 먹고 나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겨울잠 자는 북극곰 같습니다. 몇 만 년간 지속된 그런 생활 패턴이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유리한 생존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그런 모습이 산업시대를 거친 현대인에게는 게으른 걸로 인식됩니다. 루틴이 없는 사람은 게을러 보입니다. 그래서 가짜 노동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원씽
도서 원씽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에 올인하라. 밸런스가 무너져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선 그 외의 일에는 관심을 끌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팔방미인, 멀티태스킹과 반대되는 개념이죠. 원씽을 설정할 때는 하루, 한 주, 한 달, 1년, 5년, 평생 순서로 도미노처럼 원씽을 쌓아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기간이 긴 원씽도 결국 루틴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원씽은 프리랜서에게 더욱 중요하고, 직장인에게는 루틴이 보다 중요합니다. 프리랜서는 맡은 프로젝트를 마감시간 안에 끝내고 결과물을 넘겨야 수익이 발생합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일 대신에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무엇보다 회사에서 설정한 출근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제공하는 업무를 정해진 시간만큼 수행합니다. 물론 직장인도 야근을 통해 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은 프리랜서와 다를 바 없습니다. 프리랜서와 직장인의 차이점이라면 프리랜서는 프로젝트만 잘 수행하면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어떤 시간에 일하는지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핵심은 간섭입니다.
직장인은 사무실에서 타인들에 의해 간섭받습니다. 간섭을 받기 때문에 쉽게 딴짓하지 못합니다. 마지못해서라도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수동적이고 비효율적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사고 없이 업무를 종결지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우수합니다. 쉽게 말해 간섭에 의해 강제로 루틴을 행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안정성입니다. 클라이언트와 프리랜서 양자에게 해당됩니다. 프리랜서에겐 충분한 일거리가 필요하고, 클라이언트에게는 안정적인 마감과 준수한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프리랜서는 이런 안정성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업무 환경에만큼은 간섭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포지션
그렇다면 공인중개사는 프리랜서일까요 직장인 일까요? 혹자는 법인에 취업하면 직장인 혹은 소속 공인중개사로 기본급을 받는다면 직장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반대로 4대 보험을 제공받지 않으면 직장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누군가의 간섭을 받으며 업무에 임하면 직장인이라고 정의합니다. 연봉, 4대 보험 같은 제도와는 관계없이 말이죠.
직급에 따라 프리랜서 보다 자유로운 직장인도 있습니다. 대표이사라거나 회장, 사장 정도라면 말이죠. 이 정도 수준이 되려면 스스로 일을 하지 않아도 회사 혹은 업체가 직원들에 의해 자동으로 돌아가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1인 자영업을 하면서 마치 회사의 사장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업 공인중개사이면서 1인 자영업을 하고 있다면 누가 봐도 프리랜서 형태지만 기업의 막내처럼 스스로를 간섭하면서 일해야 합니다. 그 간섭이 바로 루틴이죠.
프리랜서에게 루틴이 없으면 십중팔구 망합니다. 기껏 상가를 임대하고 가구를 들여 매달 월세를 내면서 부동산을 오픈했는데 루틴도 없이 그냥 왔다 갔다 하면 반드시 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근퇴 관리는 프리랜서의 루틴 중 가장 기본일 뿐 그 자체로는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반드시 돈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돈 되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이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