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 Jul 19. 2023

내 글이 재미있어도 되나?

글에서 술냄새가 난다


글로 남기지 않으면 생각이 사라진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말도 진부하다. 돈만 있으면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진짜 원하는 건 다 된다. 없는 걸 찾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


내 글이 재미있다. 글 쓰는 게 가장 재미있다. 글쓰기에는 리스크가 없다. 글만 쓰고 싶다. 자신의 작품이 만족스럽다면 성장하지 못한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근데 내가 진짜 킹왕짱 잘 난 사람이 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 내 글의 조회수가 이 모양일리 없다(웃음) 그냥 아주 조금 괜찮아진 게 아닐까. 아주 조금.



회사에 관하여


혹시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직장인이라면 자신은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모르겠다. 하나 그렇지 않다. 분명 그들은 그들의 가치를 좀 더 높게 쳐주는 회사에 노동을 공급하는 자영업자다. 회사는 엄청 대단할 때도 있고 반대로 멍청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유지하는데 무리 없이 무난하게 운영할 능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유지되는 거다. 


멍청이들은 자기가 저 회사 대표면 어쩌고저쩌고 자신이 대표가 되면 훨씬 잘할 것처럼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멍청하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도 멍청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지난달 카드값이 얼만지도 명확하게 말하지도 투자금이 얼마인지도 그리고 자신의 명확한 목표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막상 해보면 아르바이트 한 명 구하고 관리하는 것조차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실행에 관하여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열심히 하면 성공은 못해도 어느 정도 성과는 볼 수 있지만 다들 말만 많다. 실행은 많이 힘들다. 바꿔 말하면 일단 실행하면 대박은 못해도 소박은 친다. 인류사에서 결국 가장 힘든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도 하루에 고작 1시간뿐인데도 며칠을 빼먹고 말았다. 그만큼 실행이 힘들다. 인간은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두렵기 때문에 발전하기도 한다. 두렵기 때문에 방어해야 했고 방어는 더욱 견고해져 갔다. 인간은 방어에 성공하면 안심한다. 안심된다고 느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그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랬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야기에 관하여


현대 인류는 여행이라는 인스턴트 두려움을 즐긴다. 그것도 본능이라면 본능일까? 위험은 무용담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이야기 그 자체다. 그뿐이다. 인간은 이야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인간은 뭐가 돼도 된다. 어쩌면 자살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들의 가장 파괴적인 글쓰기가 아닐까.



글을 쓰다 보면 그냥 글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서 계속 쓰게 된다. 쑥스러운 건 그다음이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자신의 글을 다시 볼 수밖에 없다. 내 블로그 몇 년 전 글을 보면 진짜 가관인데 그때는 고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왜 보여줘야 되냐고? 당연히 먹고살아야 되니까. 영상을 찍어내는 사람이 있듯 글을 찍어내는 사람도 있다. 내가 딱 그런 타입이다. 재미가 없는 게 단점 이긴 한데 이것도 언젠간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예전엔 재미없는 글도 업로드를 했지만 지금은 일단 묶혀둔다. 브런치의 저장 기능은 정말 좋다. 그 덕에 글을 묶여야 한다는 걸 알고도 못하는 사람들을 적당하게 제어해 준다. 헤밍웨이 조차 자신의 글이 퇴고 전엔 쓰레기라고 했다. 인간은 고쳐쓸 수 없지만 글은 고쳐 쓸 수 있다. 그게 글이 개쩐 이유다. 내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의 글은 바꿀 수 있다.



내 글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뭐 대단한 건 없지만 읽었던 책들을 조금씩 버무리다 보니 점점 글이 형태를 이루어간다. 나는 망가져 가는데 글은 점점 더 좋아진다. 일하기가 싫다. 여행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해야 글감이 더 많이 생긴다. 롱런하는 작가들이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이유를 알겠고 여행 갔다 온 사람들이 왜 그리 글을 쓰는지도 알겠다.



할 말이 많으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 보여주든 말든 써야 한다. 그냥 다 내뱉는 거다. 쓰지 못할 리가 없다. 다행히 나는 키보드는 잘 치는 편이라 키보드로 생각에 가까운 속도로 써낸다. 안되면 펜으로 연필로 쓰던지...



진짜 별의별 말을 다 하게 된다. 오늘 글은 두서가 없는데 그대로 두려고 한다. 한잔 했기 때문이다. 한잔 하면 이렇게 술냄새나는 글을 쓰게 된다. 술냄새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생각이 재미있다. 자꾸 쓰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생긴다. 그러다 문득 옛글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긴 왜야 발전했으니까 그렇지. 발전했으니까 내 글이 재미있는 거다. 그뿐이다. 그렇다고 영영 재미있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써도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그래도 써야 한다. 단지 미발표가 되거나 좀 더 오랫동안 묵혀둘 뿐이다. 묵히다 썩을 만도 하지만 글은 썩지 않는다. 다만 잊힐 뿐이다. 그게 글이다.



그뿐이다.


이전 09화 생각 쓰레기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