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리 버스 365일 [Middlelogue 미들 로그]

버스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일상. 결코 가볍지 않은 공감.

by 갸리

갸리 버스 365일 이야기.




버스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일상.

결코 가볍지 않은 공감.

내 이웃의 이야기.



프롤로그를 먼저 써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군요.


도대체 갸리 버스 365일은 어떤 이야기일까? 사전 설명도 없이 갑툭튀 마냥 브런치에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소개할까 합니다. 이미 시간은 흘러 프롤로그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그냥 'Middlelogue 미들 로그’라 지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듯이 사전에도 없는 말이라는 것.


그럼 스타트!

나는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하고 회사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40대 가장. 매일 아침 회사 출근하면서 애용하는 교통수단은 버스다. 40대 중반이 넘어서면 한국 사회에서는 그래도 뽀다구 나는 마이카 정도는 운전해서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다. 지금까지도 아침에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버스 속에서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빠듯한 라이프를 즐긴다… 가! 아니라 빠듯하게 살아가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아저씨다.


내가 왜 아침에 버스를 타느냐고?
갸리 버스 365일은 이 버스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첫 번째!


솔직한 심정은 뽀다구 나는 멋진 차가 없어서라 말하고 싶다. 누가 봐도 멋진 동그라미 안에 날개 세 개 달린 별과 동그라미 네 개가 1열로 그려진 심벌이 내가 타는 차에는 달려있지 않다. 이쯤 말하면 어떤 차를 얘기하는지 눈치를 챘으리라 생각한다.


버스를 갈아타려고 내려오는 길에 아주아주 큰 자동차 판매장 빌딩을 지나야 한다. 강남대로 변에 6, 7층짜리 건물 두 동을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심벌을 달고 있는 차 수십 대가 인도까지 점령해 자태를 뽐내며 너 같은 서민은 꿈도 꾸지 말라는 환청이 들리기도 한다. 그 옆을 지나다니는 나는 매일매일 상상한다. 저 문을 뚫고 들어가서 현금다발을 던지며 "저 차 달라고”. 하지만 현실은 시선은 그쪽으로 꽂아둔 채 발은 앞으로 전진한다.



두 번째!


첫 번째 이유가 마음속 깊숙한 곳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 두 번째가 갸리 버스 365일을 쓰는 이유다. 일단 답답한 지하로 들어가는 것이 싫다. 어릴 적 가난해서 지하실에서 살았던 기억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땅 밑의 어둠과 지하로 내려가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다. 물론 회사 출근 방법이 지하철뿐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다행히도 내가 사는 곳은 지하철이 없다. 이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버스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봐도 좋을 때가 있다. 요즘이야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 밖엔 보이지 않지만, 회사 출근하는 내내 버스 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버스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들은 무미건조해 보여도 나름의 재미난 즐거움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장사가 안돼 문 닫는 가게, 문 닫은 가게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다시 오픈하는 광경, 서로 다른 브랜드 치킨집 네 개가 붙어있는 광경, 최근에 많이 생기는 대만 카스텔라 전문점까지 수많은 자영업 가게와 건물에 내걸린 간판이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버스를 타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내 삶에 크나큰 이득을 준다거나 돈이 생기는 일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출퇴근 버스를 타면서 버스 안에서도 재미난 장면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저마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나 외모 만으로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살이가 보일 때도 있어 나로서는 참 흥미롭다. 때로는 친구끼리의 수다, 술 취한 아저씨의 고성방가, 어르신의 시끄러운 핸드폰 벨소리와 통화 목소리, 빈자리에 먼저 앉으려는 미묘한 신경전, 운전기사 아저씨를 괴롭히는 사람들, 커다란 짐보따리를 가지고 타는 사람 등등… 조금만 관심을 갖고 더듬이를 내밀면 재미난 우리의 인생사가 담겨있다. 하루 평균 1,462만 명이 이용하는 대한민국의 버스. 이곳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해본다.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


대한민국 1호 버스는 부자들만 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일제 강점기 1911년 에가와라는 일본인이 들여온 8인승짜리 포드 T가 대한민국 1호 버스다. 당시 이 버스의 요금은 3원 80전. 그때 쌀 한 가마니 가격이 4원이었으니 얼마나 비싼 비용인지 짐작이 간다. 정말 돈 많은 부자만 탈 수 있었던 대한민국 버스 1호. 지금 시대라면 극소수의 갑이라 불리는 이들 만이 애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었다는 사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버스는 갑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 바뀌었다. 물론 갑이라고 버스를 타지 않는다 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서민들의 교통수단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한민국 1호 버스 포드 T 8인승 | make by ToonBoom Harmony


그래서 나는 버스가 좋다.


그들을 관찰하면 나와 비슷한 우리 이웃의 셀 수 없고 흥미로운 소소한 이야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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