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갸리 Apr 17. 2018

그래도 사랑 [정현주]

사랑의 시작은 이렇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말로 시작한다.


사랑의 시작은 이렇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말로 시작한다.

밥 먹었어요?
나랑 차 마실래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결혼 후 남녀의 사랑에 재난이 닥치고 그 사랑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다루었다면, [그래도 사랑]은 파릇파릇한 사랑의 시작과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방식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영화나 책이나 음악에서 나오는 사랑에 관련한 스토리를 소개한다. 글로 풀어낸 사랑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서투른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학공식처럼 딱 들어맞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가령 내가 행복한 순간, 그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수학처럼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정확한 공식이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행복의 저울을 균등하게 만들기 어렵다. 이렇게 남녀 간의 사랑에 장벽이 생기거나 균열이 생겼을 때, 이 책은 정말로 소중한 상담 선생님 역할을 한다. 특히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이 이쁜 사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그래도 사랑]은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한마디 조언보다 더 좋은 고민상담사가 될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자라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랑을 찾으려 할 때, 나는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해서 행복으로 충만하지만은 않다. 아빠나 엄마가 모든 사랑에 대해서 가르쳐 줄 수도 없다. 사랑엔 반드시 아픔이 따르기도 하고 혼자서는 풀지 못할 난제에 부닥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이 어렵고 힘들 때, 마음 한구석을 뻥 뚫리게 해주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에서 때로는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다시 기운을 차려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안에 들여놓은 것들에게 마음을 주세요.
우리에겐 그럴 책임이 있어요.


창밖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집안에 들여놓은 화초에 저절로 빗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화초는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죽는 것처럼 자기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관심이 사라진다면 그 또한 말라버린 화초와 다를 바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틴어 수업 [한동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