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어서, -기 때문에, -(으)니까

by 온새미 결



이유 없는 결과는 없고, 조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형용사는 사람마다 인식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좋다'는 만족할 만하다는 뜻인데, 사람에 따라 만족할 만한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일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라는 고전적인 표현이 있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시간에 꽃을 피운다. 그걸 기다려주는 사람이 엄마다."라는 표현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지지해 주는 엄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모양의 지지대로는 꽃을 피우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엄마는 여러 가지 재질과 모양과 색깔의 지지대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


여러 가지 지지대를 준비해 두었다가 아이가 쓰러지려 할 때 세워줄 수 있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리미리 세워주면 엄마가 세워주는 대로만 자란다.

이미 꺾어지고 나면, 다시 지지대 도움 없이 설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못 설 수도 있다.


화초를 키울 때조차도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고,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옮겨주고, 성장에 맞게 분갈이도 해주고, 지지대도 세우고, 영양제도 주면서 키우지 않나. 하물며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호락호락한 일일 수 없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5층에 그녀는 한 살쯤 된 아이와 남편과 살고 있었다. 필리핀 국적의 그녀는 일본에서 살다가 남편을 만났다고 했다. 영어도, 일본어도, 한국어도,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쾌활한 성격으로 외모와 집안과 아이 꾸미기를 좋아했다.

아이 첫돌에는 온 집안을 풍선과 장식으로 파티룸을 만들어 놓았었다. 그녀는 40, 남편은 50대로 중년의 부부인 만큼 늦게 얻은 딸을 예쁘게 키우며 잘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그녀는 남편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남편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 부부는 다툼이 좀 있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욕을 했다. 어떤 한국어는 그것이 욕인지도 모르고 하고 있었다. 건설노동자인 남편은 새벽에 나간다고 했는데, 들어오는 시간이 들쑥날쑥 이었다. 오후 2시에 들어오는데 취해서 들어올 때도 있었고, 어느 날은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 보통은 이런 경우 아이를 봐줘서 아내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그 남편은 그러지 못했다. 대신 아이가 순했다. 순한 줄 알았다.


이 부부의 싸움은 말 그대로 폭력이었다. 언어폭력, 신체 폭력, 기물 파손, 아동 학대.


아이가 3개월쯤 되었을 때 아빠가 아이를 소파에 던졌다고 했다. 소파였지만 팔걸이에 머리를 찧은 것 같았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아빠는 아동 학대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을 이유로 거의 매일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신고로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 남편의 주장이었다. 재판 결과는 벌금 200만 원이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그녀가 다른 주소를 문자로 보내왔다. 집을 나왔다고. 월세 20만 원짜리 원룸에 아이와 함께 있었다.


나는 여분의 책과 필기구를 준비했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꾸 결석을 하면 어린이집에서도 곤란하다."는 전화를 내가 대신 받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물색했다. 이미 학대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상담원들이 집으로 찾아오고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게 되지만 그 부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벌금 200만 원'은 남편이 상담교육을 받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싸움은 계속됐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백만 원씩 쓰며 가족이 필리핀 여행도 다녀오고, 주말이면 멋있다는 곳과 맛있다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짙은 농담을 주고받는다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사랑하는구나' 난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이런 사랑이 있나.


이쯤에서 원만하게 정리가 되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도 난 이 집, 저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 남편은 계속 술을 마셨고, 욕을 했고, TV를 부쉈다. 그녀는 동영상을 찍어서 나에게 보여줬고, 통화 녹음을 들려줬고 사진을 보여줬다.


아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두쪽으로 나뉘어 있는 과일 모양 자석을 사다 냉장고에 붙이고 짝을 맞춰보게 했다. 모양을 맞추는 것도, 이름을 말하는 것도 하지 못했다. 이쯤에서 의심되는 몇 가지 장애가 떠올랐지만 이야기하지 못했다. 내 시간은 거기가 끝이었다.




-아/어서, -기 때문에, -(으)니까 : 동사, 형용사와 함께 이유를 나타내는 표현


- 아/어서 : 어간의 모음이 'ㅏ, ㅗ'일 때 '아서', 그 밖에 '어서', 하다 일 때 '해서'

- 기 때문에 : 동사, 형용사와 함께 어떤 일의 이유나 원인

- (으)니까 : 앞 절의 내용이 뒤 절의 내용에 대한 이유나 원인. 어간의 받침 유무에 따라 -니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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