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04 하루짜리 여정 그리고, 작은 변화

지나간 하루, 작은 시간 속에서

by 결이

오늘은 신입 직원이 출근하는 날이었다.

맡은 직무는 나와 다르지만,

작은 회사에서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

누군가 새로 들어오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내 위치에선 사무실 구성원들을 세세히 살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인다.


연휴가 끝난 후라 오전은 정신없이 흘러갔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그와 마주 앉아 짧은 면담을 나눌 수 있었다.

첫인상은 밝았고, 말투와 태도에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특히 거주지가 같다는 말에 괜스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면담을 마치고 다른 직원들에게 간단히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 뒤, 예정에 없던 출장 일정이 급하게 잡혔다.

나는 계획적인 성격이라 갑작스러운 업무를 그리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내 담당이 아닐 때는 더 그렇다.

하지만 회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급한 상황임을 알기에, 빠르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물 한 통 챙겨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해 보니

업무를 마치고 복귀 예상 시각은 저녁 10시쯤.

갑작스레 8시간을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무엇보다 퇴근 후 계획해 두었던 일들이

틀어지는 게 꽤나 내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안고 한참을 달리던 중,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 너무 맑았다.

그때 문득, 예전에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을 땐,

‘흥미롭네’, ‘재밌네’ 하고 중얼거려 보라.


예를 들어, 중요한 업무 미팅이 있는 날

예상치 못한 교통 체증으로

지각을 하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도착 전부터 마음은 조급해지고,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의 시선과 눈치를 살피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렇게 감정이 앞서면,

일의 흐름도 무겁게 이어지거나 실수하기 쉽다.


처음엔 그런 상황 속에서 ‘흥미롭다’, ‘재밌네’라고 말하는 것이 말이 쉽지 불편한 순간을 어떻게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말은 생각보다 나를 편하게 했다.

계획이 틀어지고, 감정이 어긋나는 순간에도

그 틈에서 관점을 조금만 비틀 수 있다면

그건 하나의 여유이고,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돌아보게 되는 건,

결국 내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였다.

실수도, 돌발 상황도, 예상 못 한 감정도

‘흥미롭거나 재밌게’ 비껴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건 상황을 조금 더 편안하고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


평소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상황.

그러나 오늘은, 잠깐의 틈 사이로 들어온

이 생각 덕분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완연한 봄.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생각하니 이 하루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정안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공주 특산품인 알밤을 한 봉지 집어 들고,

내일 직원들과 나눠 먹을 생각을 했다.

예정에 없던 외근이었지만,

결국 나는 하루짜리 작은 여행을 다녀온 셈이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여정이었다.


이전 03화[마음의 결] #03 건너뛴 시간 위에, 다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