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하루, 작은 시간 속에서
오늘은 신입 직원이 출근하는 날이었다.
맡은 직무는 나와 다르지만,
작은 회사에서 모든 일은 유기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
누군가 새로 들어오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내 위치에선 사무실 구성원들을 세세히 살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인다.
연휴가 끝난 후라 오전은 정신없이 흘러갔고,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그와 마주 앉아 짧은 면담을 나눌 수 있었다.
첫인상은 밝았고, 말투와 태도에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특히 거주지가 같다는 말에 괜스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면담을 마치고 다른 직원들에게 간단히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 뒤, 예정에 없던 출장 일정이 급하게 잡혔다.
나는 계획적인 성격이라 갑작스러운 업무를 그리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내 담당이 아닐 때는 더 그렇다.
하지만 회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급한 상황임을 알기에, 빠르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물 한 통 챙겨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해 보니
업무를 마치고 복귀 예상 시각은 저녁 10시쯤.
갑작스레 8시간을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무엇보다 퇴근 후 계획해 두었던 일들이
틀어지는 게 꽤나 내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안고 한참을 달리던 중,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이 너무 맑았다.
그때 문득, 예전에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을 땐,
‘흥미롭네’, ‘재밌네’ 하고 중얼거려 보라.
예를 들어, 중요한 업무 미팅이 있는 날
예상치 못한 교통 체증으로
지각을 하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도착 전부터 마음은 조급해지고,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의 시선과 눈치를 살피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렇게 감정이 앞서면,
일의 흐름도 무겁게 이어지거나 실수하기 쉽다.
처음엔 그런 상황 속에서 ‘흥미롭다’, ‘재밌네’라고 말하는 것이 말이 쉽지 불편한 순간을 어떻게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말은 생각보다 나를 편하게 했다.
계획이 틀어지고, 감정이 어긋나는 순간에도
그 틈에서 관점을 조금만 비틀 수 있다면
그건 하나의 여유이고,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돌아보게 되는 건,
결국 내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였다.
실수도, 돌발 상황도, 예상 못 한 감정도
‘흥미롭거나 재밌게’ 비껴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건 상황을 조금 더 편안하고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
평소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상황.
그러나 오늘은, 잠깐의 틈 사이로 들어온
이 생각 덕분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완연한 봄.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생각하니 이 하루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정안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공주 특산품인 알밤을 한 봉지 집어 들고,
내일 직원들과 나눠 먹을 생각을 했다.
예정에 없던 외근이었지만,
결국 나는 하루짜리 작은 여행을 다녀온 셈이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