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결] #04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

머무는 생각, 감정 너머에서

by 결이

벌써 6월이다.
햇볕이 부쩍 따가워지고,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려는 찰나다.

얼마 전, 윤딴딴의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라는 노래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기타 하나, 담백한 목소리, 소박한 일상을 담은 가사.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다.
그래, 나도 이런 이유로 여름을 좋아했던 거였구나.

밤하늘을 수놓는 풀벌레 소리, 한여름밤의 생맥주 한 잔,
찬물 샤워 후 선풍기 앞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하나.
그보다 더 명쾌한 낭만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여름을 버겁다고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여름은 나에게 잘 맞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몸이 여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추위엔 약하고, 건조한 바람엔 쉽게 거칠어지는 피부.
겨울이면 몸은 옷 속으로 움츠러들고,
해가 짧아 마음도 일찍 어두워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여름은 다르다.
해는 길고, 공기는 눅눅할 정도로 습하다.
피부도 덜 푸석해지고, 덩달아 기분도 촉촉해진다.
세포 하나하나가 “지금이야!” 하고 깨어나는 것만 같다.

여름은 덥지만, 그만큼 시원하다.
운동을 해도 땀이 잘 나고, 그 땀을 씻어내는 샤워의 쾌감은 다른 계절에선 맛보기 어렵다.
몸이 뜨겁게 달아오를수록, 뭔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위를 핑계 삼아 밖에 나가고,
찬 음료를 마시고,
얇은 옷을 입고,
모든 것이 가볍고, 그래서 자유롭다.

밤이 되면 여름은 더욱 특별해진다.
겨울 밤이 차가운 적막이라면,
여름 밤은 생기가 흐른다.

멀리서 들리는 웃음소리,
풀벌레 소리,
차가운 캔맥주 하나.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까지도 이 계절의 일부가 된다.
도심 속을 걷는 그 순간에도,
나는 내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여름을 느낀다.

지금, 여름은 내 안에 있다.

아마 내가 여름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 계절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움츠러들지 않고,
느릿해지지 않고,
뭔가를 하게 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인지 여름엔 덜 외롭다.

사람들은 여름을 피하려고 에어컨 아래에 웅크리지만
나는 오히려 여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어진다.

여름이 날 닮았는지,
내가 여름을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절만큼은 왠지 내 편 같다.

이게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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