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결] #02 닿을 수 있는 만큼의 진심으로

머무는 생각, 조용한 결심 속에서

by 결이

삶은 언제나 단 하나의 길만을 허락한다.
어느 갈림길에서도 우리는 오직 하나를 택해야 하고,
그 순간, 나머지 모든 가능성은 조용히 사라진다.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인생은 슬프고도 단호하다.

나는 늘 신중한 선택을 해왔다.
때로는 내 욕망보다 누군가의 기대를 우선했고,
때로는 불확실한 설렘보다 안정된 내일을 선택했다.
그 순간들은, 분명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가능성들은 영영 사라졌다.

내가 가지 않은 길들.
그 길 위에는 또 다른 내가 있었을까.
다른 도시, 다른 일, 다른 사람,
다른 감정들과 다른 고통,

다른 기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건 후회라기보다

존재하지 못한 자아들에 대한 애틋함이다.

이따금 나는 생각한다.
만약 죽음 이후에 또 하나의 삶이 허락된다면,
그곳에서는 지금보다 덜 절제하고,
조금 더 원초적으로 살아보고 싶다.


두려움보단 충동을, 계산보단 감각을 따르며.
다양한 삶의 결을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미처 누리지 못한 것들에 대한

조용한 응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흘러가듯 살면서도, 내 안의 갈증은 지우지 않기로 한다.


모든 걸 다 해볼 순 없어도,
적어도 이 삶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느끼고, 겪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짧은 생 안에서 내가 닿을 수 있는 만큼의

진심으로, 살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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