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의 소중한 감수성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앞으로 매년 사게 될 책을 찾았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이 책은 출간 후 1년 동안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정가인 12,000원이 아닌 5,500원으로 특별 판매한다. 속되게 가격 얘기부터 꺼냈지만, 이 책을 사리라 마음 먹은 이유가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단편은 짧은 분량으로 세계관을 전달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그 소재나 내용이 급진적인 경우가 많다. 이 책에 이름을 올린 7개의 소설도 그 한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한 편. 숨이 약간 찰 정도로 짧은 호흡으로 읽고 책을 덮고, 펴고를 반복했다. 아직 내가 담아둘 수 있는 용량은 딱 그 정도.
표지에는 무지개가 양 손 안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다채로운 그 색만큼이나 개성 강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정해진 주제없이 모인 작품들 사이를 무언가가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것은 밝고 찬란한 빛이라기보다는 어둡고 은은한 빛이었다. 이 '젊은작가'들은 함부로 이상적인 내용을 쓰지 않는다. 함부로 희망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유무형의 폭력이 언제라도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희망찬 내일보다는 불안한 오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소설가들이 차갑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그들이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지 않게 바라봐준 덕에 독자들은 스스로의 껍데기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다. 곧 독자들은 자신과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찰나의 순간들 덕분에 불안한 오늘, 우리가 조금 덜 외롭진 않나 생각해본다. 소설가의 감수성에는 그런 온기가 느껴진다.
절대 값싸지 않은 소설가 7명의 열정이 가득 담긴 책이다. 소설 뒤에 붙은 작가노트, 젊은 평론가들의 해설도 절대 가볍지 않다. 나는 나대로, 7명의 이름들을 기억하는 것으로 그 수고를 작게나마 보답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