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같은 양파, 마늘같은 쪽파.

식물들의 살 궁리

2021년 4월 18일 일요일


냉장고에 다듬어 놓은 쪽파가 떨어져서 텃밭에 쪽파를 캐러 갔다. 그런데 캐려고 보니 줄기가 너무 시들어서 알맹이가 거의 없다. 물을 주고 다시 살려내야 먹을 수 있겠다. 그런데 다른 쪽에 싱싱해 보이는 쪽파가 있다. 잡아당기니 호미도 필요도 없이 쏙 빠진다. 헌데 엄청 큰 쪽파 알이 한 데 뭉쳐서 나왔다. 자세히 보니 썩어가는 양파 껍질이 겉을 싸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제야 지난해 싹이 나고 썩기 시작하는 양파 두 개를 버렸던 기억이 난다. 겨울 내내 죽지 않고 살 궁리를 한 양파는 몸뚱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면서 다시 뿌리를 만들어 따뜻한 햇살로 튼실한 잎을 내었다.


단단하게 붙어 있던 양파 껍질들이 어떻게 저런 모양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뽀얀 속살에 풍성한 푸른 잎. 아무리 봐도 쪽파 같은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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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심어 놓은 쪽파는 덜 시들어서 캐보니 알맹이가 굵은 마늘 모양이다. 물을 안 줘서가 아니라 알이 다시 굵어지느라 줄기가 가늘어졌던 모양이다. 알이 굵어지고 나면 다시 새 잎을 내려고 했나? 뿌리가 잎을 키우는 건 줄만 알았는데 줄기가 다시 뿌리를 키우다니! 쪽파는 시들어 가면서 다시 자신만의 살 궁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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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 살 궁리 볼 때마다 새롭고 재밌고 멋지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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