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동네엔 딸기 모종이 없고
해남읍에서도 5천 원이나 한다기에
강원도 산골 총각네서 몇 포기 주문했는데
싱싱하게 잘 컸고 맛있는 딸기도 몇 개 맛봤다.
내년엔 밭에 한가득 번졌으면 좋겠다.
수박
어제 엄지만 했던 것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오늘은 내 주먹보다 커졌다.
그 며칠 후
터져버릴 것같이 부풀었는데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동네 어른들께 여쭤봐도
아무도 모른다.
옥수수
이웃집보다 키가 작아 속상한데
그중 제일 키 작은놈한테
수염이 생겼다.
건방졌던 그놈
쪼끄매도 알차고 맛있었다.
무화과
나무 죽은 자리에서 푸른 싹이 자라더니
쑥쑥 자라서
새로 사 온 나무보다
훨씬 더 크다.
짙푸른 잎 들춰보니
조랑조랑 열매 세 개.
꽃이 없어 무화과라더니
니가 바로 꽃이구나.
가을 문턱까지 버틴 건
단 한 개.
맛은 최고였다.
복숭아
한 그루에는 작은 열매가 많고
한 그루에는 큰 열매가 두 개.
많았던 열매는 모두 떨어지고
두 개 남은 열매가 자란다.
그 열매 누가 차지할까?
진딧물과 우리가
여름 내내 경쟁한다.
우리가 졌다고 생각한 여름 끝무렵
잎도 다 떨어진 나무에
쬐끄만 복숭아 한 개 발견.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함 향기가 입 안에 가득.
천국 맛이네.
진딧물이 양보한 거?
가지 꽃 그리기
겨울이 코앞에 와 있는 계절인데도 아직 가지 꽃이 있다. 마지막 끝물이라 좀 작지만 고운 자태가 뚜렷하다.
광민이 강의를 하는 동안 오랜만에 꽃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보다 사물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은 훨씬 어렵다.
이유가 월까? 광민에게 물었다.
" 원래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어려워."
벌써 작년이 된 풍경들.- 겨울부터 겨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