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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Jan 05. 2022

내 재산은 무엇일까?

드디어 100번째 글

2022년 1월 5일 새벽일기


KTV의 살어리랏다에서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본 분들이 가끔씩 우리 집에 방문한다. 그중 한 분이 어제 우리 부부를 초대해 주셨다. 바다와 산을 좋아해서 바다가 보이는 산에 사신다고 했다.


완도의 어느 마을 끝에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그분의 집이었다.  차창밖으로 얼핏 보이는 주변  풍경도 예사롭지가 않다. 안으로 들어서니 텐트와 주방이 있는 주거 공간에 커다란 냉장고며 세탁기, 소파, 침대, 의자들이 많다.  모든 물건들은 지인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집이 워낙 넓으니 사람들이 자꾸 물건을 가져다 놓는다고 한다.


  앞으로 주거 공간보다  배이상  넓은 야채 밭이 시원하게 펼쳐져있다. 다육이 화분들이 여기저기 멋을 부리고 있고, 두개의 페트병 화분에서 에서 뿌리내리기를 기다리는 미나리도 한가롭게 보인다. 비닐하우스는 100 정도 된다고 했다.


우리7  집의 열다섯 배다.  안에 밭까지 품은 멕시멀 라이프다. 우리의 미니멀 라이프와 대조적이면서도  미니멀해 보이기도 한다.화장실과 목욕시설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밭과 주거 공간 사이 따스한 햇볕을 즐길  있는 곳에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인이 가져다주셨다는 오리 고기에 야채를 듬뿍 넣어 볶아주셨는데 모양이 그럴듯하다. 우리가 오기 직전 올리셨다는 숙주가 조금  익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먹음직한  총각김치에 광민이  빠져든다. 아내 분은 필리핀에 선교활동으로 나가 계시고 혼자 살림이지만 지인들이 많이 챙겨 주신다고 한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마시고 있는데 지인들이 김치며 생선이며 과일 등을 가져오셨다. 사람 복이 많으신 분이다.


그분의 지인들과 함께 비닐하우스를 나와 여름에 주로 기거하신다는 계곡으로 가보았다.   년쯤 되었을지 모르는  예쁜 돌담이 잡목 사이로 드문 드문 보인다. 이제는 숲과 산이 되어버린 이곳 다랭이 논이었다고 한다.


거대한 동백들이 꽃몽오리를 품고 반질반질 기름칠한  반짝거리는 초록 잎으로 겨울에도 생기가득한 이 숲이 전부 지인의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농사터였던 곳이라 그런지 산길이라도 걷기가 어렵지 않다. 땀이   무렵 거대한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냥 산이 아니라 산맥이다. 계절마다 모습을 바꿔줄  산은 그대로  집주인의 정원이 된다.  산의 정상에선 다도해는 물론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이곳으로  뒤에는   욕구가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엔 계곡 쪽으로 내려왔는데 11월까지 물이 있다고 한다. 커다란 바위들에 선녀탕 자리까지 있는 계곡을 걷다 보니, 시원한 여름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적당히 땀도 나고 기분 좋은 산책이 자신의  안에서 가능하다니 신기하다. 앞에 보이는  산은 등산로가 따로 있지만 자신의 땅에서 바로 이어지는 길도 조금씩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큰 산. 정상에서는 다도해는 물론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비닐하우스가 있는 너른 평지 한 귀퉁이에는 작은 산양 막이 있었다. 너른 땅의 풀을 관리할 요량으로 산 양 한 마리와 염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그중에 산 양이 새끼를 세 마리 나서 가족이 늘었다고 한다. 수염 달린 어미 양은 우리 앞에서 낯선 우리를 경계하며 서있고, 하얀색, 갈색, 검은색 새끼 산 양이 구석에 모여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본다.  본래 다니기를 좋아하는데 이 놈들 덕분에 매일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한다.


아쉬운 작별을 하는 시간. 언제든 캠핑카로 자주 놀러 오기로 했다. 커다란  정원이  눈 앞에 펼쳐지고계곡물이 시원한 멋진 캠핑장의 무료 이용권을 얻었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재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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