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주택을 구입할 때 처음부터 알았어야 할 이야기
언덕 위 그림 같은 집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온 풍경 속에 내가 들어 있다.
꿈속에 그리던 장면이다.
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 여행에서 돌아온 뒤 시작된 해남 살이 준비는 겨울까지는 눈에 보이는 것이 거의 없었다. 세 채의 집이 차례로 폐가가 된 드넓은 집터는 대나무 숲으로 무성해져 매우 심란한 상태. 대지라기보다 임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부터 남편이 대나무를 베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베어내도 집터로 이용할 수 있는 땅의 모양을 상상할 수 없었다.
남편이 작은 톱 하나를 들고 열심히 대나무를 자르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물가에 집을 짓던 새들이 생각났다. 프랑스나 독일에서 작은 물새가 물 위에 집을 짓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집을 지어놓고도 물살에 떠내려갈세라 멀리 가지 못하고 둥지에 있는 새끼들을 지키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저렇게 물풀이 우거진 작은 연못이 아닌
커다란 호수 한가운데 작은 부리 하나로 집을 짓는 새도 있는데 우리도 집을 지을 수 있겠지...
가을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건축 설계사 사무실을 찾았다. 바쁜 일이 있는지 오래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었던 설계사는 우리의 예산을 듣자마자 바로 값 싼 이동식 주택을 소개해 주었다. 그동안 우리가 알아보던 것보다도 훨씬 저렴한 것이었다. 그 정도 예산으로 집짓기 상담을 하러 왔느냐는 듯한 느낌이었다. 설렜던 만큼 실망스러웠고 한편으로 무안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우리는 겨우 인허가 비용만 챙길 수 있는 고객이었고 설계 상담은 우리와 거리가 먼 얘기였다.
결국 이동식 주택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캠핑카 생활을 하면서 익숙해진 덕분에 이동식 주택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열과 내구성에 역점을 두고 잘 고른다면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우리가 찾던 집을 만났다. 다른 곳 보다 평당 가격이 조금 더 비쌌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처음 집이 앉혀지던 날 집을 배달하러 오셨던 기술자 분 중 한 분이 연신 사진을 찍으셨다. 공장에서도 이 집을 계속 보았는데 이 곳에서 보는 집이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드신다고 했다. 본인도 이런 집을 가지고 싶다고.
아주 맑고 햇살이 좋은 날 우리 집은 작은 마을과 잘 어울리는 예쁜 풍경이 되었다.
집안에서 창을 통해 문을 통해 들어오는 장면들이 모두 그림이 되는 바람에 밤이 되어 바닥에 누우니 커다란 하늘이 별을 담아 방 안에 가득 들어온다. 특히 키가 큰 가죽나무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별빛이 반짝이는 장면은 동화 속 그림 같다.( 대나무들 등살에 햇볕에 더 다가가려고 웃자란 가죽나무는 너무 길고 앙상했다. 쓰러지더라도 나무의 방향이 집을 덮칠 염려가 없다는 말에 도 내심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했던 가구를 들여놓으면 너무 답답해질 것 같았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결정한 수납 침대를 과감히 포기했다. 빌트인 세탁기나 온수기 설치 덕분에 사이즈가 넉넉한 싱크대를 활용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생각보다 일곱 평이 꽤 넓다. 식탁에 파티션용 책장 그리고 장롱에 이어 작은 책상 하나도 추가했다.(작은 집이어도 독립된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얼마 전에 남편 선배가 보내 준 커다란 뱅갈 고무나무 화분까지...(사실 이 화분이 오던 날 너무 황당해서 노지에서 키울 수 있는 나무로 교환해 달랄 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집에 너무 잘 어울리는 녀석으로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반신욕조가 있는 건식 화장실이다. 사업주가 실리콘을 타고 물이 조금씩 떨어지니 샤워할 때 욕조 앞 마룻바닥에 수건을 대놓고 하라고 했는데 손바닥만 한 물막이를 설치한 결과 마음껏 사용해도 욕조 바깥으로 물이 튀지 않는다. 특히 화장실 한쪽 벽에 거울과 수납공간을 넉넉히 만들어 주었는데 이것은 비싸서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사업주는 이 밖에도 반신욕 의자에, 욕실 커튼까지 생각지 않았던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디자인도 너무 맘에 들었고 세심한 배려에 고마웠다.
싱크대 수전이 고급이지만 샤워로 호환이 되지 않아 설거지할 때 물이 많이 튀고, 옛날식으로 작은 싱크볼이 두 개인 점, 6평짜리에서 한 평 늘린 덕분에 음영이 생겨 부분 조명이 다시 필요해진 점등 소소한 문제점은 개선하며 살만했다.
캠핑카 살림살이 노하우로 우리 집 물건들은 모두 제자리가 있다. 진동을 신경 쓰지 않고 물건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내가 쉽게 찾을 수 있고, 사용하기 편한 곳에 하나씩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배달이 안되던 세탁기가 드디어 배달되던 날 우리 부부는 아주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다. 세탁기를 설치하러 온 기사님이 시험가동을 하기 전 진동이 많을 거라며 걱정을 했는데 그 정도가 집이 흔들거리는 정도였다. 가장 강한 탈수로 시험가동했기에 그 충격은 너무 컸다. 이 집을 먼저 사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물어보니 세탁실이 따로 있고 자신들은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세탁실을 따로 만드는 게 좋을 거라고 조언해준다. 속상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 이후 얼마간 다시 세탁실을 지을 것인지 다른 보조 세탁기를 사용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탁기 배달이 한 달 이상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마음껏 행복할 수 있었다.
만일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 집을 선택했을까? 모르긴 해도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만약 선택했다면 세탁실을 따로 마련했을 것이다.
지금은 점점 익숙해져서 탈수만 약으로 해놓으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이동식 주택에서는 비교적 많이 채택하지 않는 온수보일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룻바닥에 공간이 많아져서 진동이 더 심하게 된 것이다. 이 공간은 단열을 위해서는 더 좋다.)
결국 나는 흔들리는 집에서도 행복하게 지내기로 했다. 우리는 집을 짓기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았으며 이 집은 편리하고 좋은 점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을 구입하면서 썼던 글이 생각보다 조회수가 많았고, 이런 집을 사기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후기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쪼록 이 글이 이동식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