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철학과 교수가 농촌에 내려가 자신의 집을 지었다.
집을 지으며 생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사람들에게 집 짓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십여 년간 수많은 사람에게 집 짓기를 가르쳤지만 그중에 자기 손으로 집을 지은 사람은 겨우 2%에 불과했다. 그 교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적을까?
자신에게 집 짓기를 배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유를 물어보다가 예상 밖의 답을 들었다.
"처음부터 집을 지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집 짓기를 배우고 싶었어요."
생각지 못했던 답변에 당황스러워하며 곰곰이 생각하던 교수는 얼마 후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사람에게는 건축 본능이라는 게 있는 거야!"
인류는 지구별에서 오랜동안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안에 언제나 안전하게 쉴 곳이 필요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인류의 유전자 속에 저장되어왔다. 바로 우리의 본능이 된 것이다.
건축 본능 이외에도 경작 본능 목축 본능, 요리 본능 가무 본능, 공작 본능, 유대 본능 등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 생활을 꿈꾸는 건 바로 이런 본능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건축 본능과 경작 본능이 나날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 같고,
난 요리 본능과 유대 본능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마을 분들이 모두 너무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연세들이 많다 보니 돌아가며 가끔씩 병치레를 하신다.
그러면 나의 유대 본능이 요리 본능을 깨운다.
솜씨 없는 요리에도 좋아해 주시는 마을 어른들을 뵈면
시골에 혼자되신 아버님도 더 생각난다.
도시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드렸는데
시골에 내려와서도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노인이 될수록 건강은 믿을 게 못된다.
이제라도 매일 전화를 드려야겠다.
내가 발견한 본능들도 있다.
공동체 유지와 계승을 위한 기록 본능.
브런치에 내가 열심히 글을 올리는 것도 바로 이 기록 본능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