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때 엄마들이 입는 한복

우연히 먼저 결혼식을 치른 지인을 통해 한복 대여 값이 아주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혼주의 한복은 신부보다도 더 좋은 재료로 만든다고 한다. 나이가 젊은 신부는 아무거나 입어도 빛이 나지만 나이가 많은 양가집 어머니들은 좋은 옷감이 아니면 혼주로서의 체면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혼주가 부모라는 프레임을 거두지 않는 한 이 문화는 오랫동안 깨뜨리지 못할 것 같다.


사실 난 한복을 아주 좋아한다. 함께 사시던 할머니는 치마저고리를 입으시고 머리엔 언제나 작은 은비녀를 단정하게 꽂으셨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무척 바쁘셨지만 설빔이며 추석빔을 잊은 적이 없으셨다. 한복을 입은 내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결혼하면 한복을 입고 머리엔 할머니처럼 비녀를 꽂고 살겠다고 결심했을 정도였다. 대학 때는 개량한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며 잠시 유행을 만들기도 했고, 결혼식 때도 한복을 입었었다. 평생 입을 생각으로 디자인과 색깔을 고심했었다. 결혼식 끝나고 입는 예복도 개량한복으로 편리하면서도 고운 한복의 장점을 잘살린 옷이었다.


그러나 그 옷들이 지금 내게 없다.


당시 내 주위에는 나의 결혼식을 보고 나처럼 한복을 입고 결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어느 날 내 한복을 결혼식에 빌려 입고 싶다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선배가 신혼집으로 찾아왔었다.당연히 곧 가져다 줄거라 생각해서 연락처도 알아놓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그 이후로 한복을 입을 기회가 없었다.


어느덧 아들의 결혼식에 입을 한복을 맞추러 가는 날짜가 다가왔다. 아이들이 준비하는 결혼식이니 아이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먼저 결혼식을 치른 지인을 통해 한복 대여비를 알게 되자 생각이 많아진다.


평생 한 번이란 이름 때문에 한 번 입고 말 옷에 너무 큰돈을 들이기보다 양가 집 엄마들이 같은 혹은 비슷한 우리들만의 디자인으로 늘 입을 수 있는 소박한 한복을 입으면 어떨까? 편안함을 취하면서도 새 출발 하는 진정한 두 혼주를 더 빛내 줄 수 있는 그런 한복을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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