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 다음에 뜨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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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올린 나의 글.

그 글로 브런치 알람이 울린다.


오늘로 두번째,

다음에 나의 글이 올랐다.




유입수를 보니 브런치에서도 상당하다.

다음에 노출되면

브런치에서도 인기 글로 오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설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어

부족한 글을 올려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역시 가슴이 두근대는 묘하고도 소중한 경험이다.

자꾸만 자꾸만 열어본다.









친구가 톡을 보냈다.


자니?



아니.


경주야,
나는 명절이 싫다.

가부장적인 문화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



작년 수술을 하고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친구다. 시댁에서 전 부칠 생각에 벌써 힘든 것 같다. 친구가 힘들면 부부 사이가 삐걱될 텐데. 누구를 위한 전인가.


경주야,

너는 좋겠다.


나는 오히려 결혼 이후 명절을 위한 전을 해본 적이 없다. 시댁은 명절 음식을 하지 않는다. 우리집은 미국식이라던 남편의 말처럼 자유로운 문화다.


처음 결혼해서는 명절에 최대한 빨리 내려갔다. 명절의 시작은 전 부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은 일의 마무리에 속했다. 친정에서는 며칠 전부터 장보기를 시작으로 재료를 다듬고 겉절이나 물김치, 식혜, 수정과 등 다양한 요리의 마지막에 전을 하곤 했으니까.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려가 명절을 위한 준비를 하러 시장에 가자는 나의 이야기에 어머니는 웃으셨다.




하기만 힘들고

먹기도 속불편한 음식을

그렇게 해서 뭐 하겠니?



신기했다. 그리고 뭔가 허전하고 이상했다. 명절날은 기름 냄새가 나야 한다며 어마어마한 양의 전을 하던 우리집이 떠올랐다.


결혼 후 명절이어서 힘든 것은 그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시어머니의 바람을 뒤로하고 친정으로 떠날 시기를 조율해야 하는 것뿐이었다. 시댁, 큰댁, 친정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니 차 안에서 열 시간 이상을 보내야 했다. 명절 연휴가 며칠이든 친정과 시댁에서 꽉 채운 일정을 보냈다. 6개월 18개월 짐을 잔뜩 싣고 칭얼대는 두 아이를 달래는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아이들이 커가며 조금씩 상황은 나아졌지만.



그런데 만약 차 안에서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시댁에서 전을 해야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친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엄마는 몸이 힘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 이것저것 준비하신다. 자식을 낳아보니 자식 입에 좋은 음식 들어가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 음식을 준비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찌 모를까. 아프신 이후 가짓수는 엄청 줄었음에도 여전히 많다. 하지 말라고 해도 그게 기쁨이라 하시며 먹거리를 만드신다. 그렇게 많은 음식이 준비된 집에서 전을 부치는 것은 사실 그동안의 밑작업에 비해 적은 노동력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힘들고 바쁜 세상...

먹을 것은 넘쳐나는 세상...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것은 좋겠지만

사실 명절에 꼭 필요한 것은 그것은 아니다.


아가씨 때는 몰랐다.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고

살림을 한다는 것은

애써서 애써서 시간을 내지 않으면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는

날들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때론

나다움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조차

눈치채기 힘든 것.



명절은 참으로 긴 휴일이다.



기다리던 이들을 반갑게 만나

가벼운 음식과

편안한 쉼이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그러나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없이

쉬어갈 수도 있는 명절이기를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사랑하는 가족과 즐겁게 만날 수 있는

감사한 명절이기를

그래도 그 긴 연휴 시간 중 하루쯤은

아니 반나절쯤이라도

온전히 쉬기에 몰두할 수 있기를.



명절 후에 홈쇼핑 판매량이 급증한다고 한다.

더 이상 명절이 보상이 필요한 시간이 아니기를.



명절 후에 이혼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명절이 부부에게 힘든 시련이 아니기를.



모두가 지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고

행복하기만한 명절이 되기를 꿈꿔본다.




며늘아, 이번 설에는 오지 마라 (brunch.co.kr)





23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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