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 다음에 뜨다

조회수 10000을 넘던 날

by 경주

책 한 권을 내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시와 소설을 끄적거린지는 이십 년이지만 따로 저장해두지 않을 만큼 내 글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 그저 쓰고 싶어 썼던 날들이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면 나는 얼마만큼 솔직할 수 있는가에 물음표를 찍으며 다시 노트북에 나만이 독자인 소설을 쓰곤 했다. 브런치 알람이 계속 울린다. 조회수 1000, 2000, 3000. 돌파. 본 적 없는 조회수가 이어진다. 여느 날과 유달리 다른 오늘, 어딘가에 나의 글이 노출됐음을 직감한다. 다음에 나의 글이 보인다. 묘한 감정이 일렁인다.



10화 에필로그. 언니, 혹시 형부 바꿨어? (brunch.co.kr)



다음 귀퉁이에 사진 없이 글의 제목만 게시되었음에도 그 영향력은 대단했다. 순식간에 조회수는 10000회를 넘었다.


내가 쓴 브런치 북은 현재 두 권이다. 하나는 질병휴직을 하게 되며 그 과정을 담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하며 겪은 위기 상황을 써 내려간 것이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 혼란스러운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둘,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위로나 혹시나 가능하다면 희망을 얻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는 것.



메니에르라는 다소 생소한 병을 마주하며 간수치로 입원하고 간 조직을 떼어내던 그날보다 훨씬 더 깊은 공포심을 느끼었던 순간을 글로 남겼다. 메니에르라는 병은 수치화되지 않는 병이다. 너의 간수치가 이 만큼이라 너는 지금 얼마큼이 힘든 거고 왜 지속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간을 떼어내어 검사할 거야라는 등의 구체적 정보가 없다. 나의 상태를 보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최소 6개월 아니면 평생이라셨는데 그 말씀이 너무나 모호했고 질병의 증상 역시 끝을 알 수 없어 불안했다.


메니에르는 내 주변에서 들리는 말소리보다 큰 이명을 내게 끊임없이 들려주었고 급기야 너른 광장에 서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불러왔다.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내가 미쳐버렸다는 공포. 그보다 두려운 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어지럼증이 규칙성 없이 발현한다는 것이었다. 심장이 뛰고 혈압이 상승하며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수시로 들었다. 거기다 정신은 멍하여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쓸모없는 잉여가 된 느낌이었다.


메니에르가 궁금하여 찾아보아도 너무 말이 어려워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보면 어렵지 않은 그 글이 브레인포그가 심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좀 더 쉽게 메니에르에 대해 전하는 글을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메니에르 투병기를 읽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브런치 글이 시작되었다.



글을 시작할 때의 나는 교직을 접고 시골로 들어가려는 마음이었다.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던 당시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며 신기하게도 다시 세상에 나갈 용기를 얻었다. 외딴길 홀로 걷는 마음에 귀한 글을 써주어 감사하다는 하나의 댓글을 읽었을 때 내 첫 브런치 북은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을 주었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글의 시작은 부부의 이야기였다. 글을 시작하던 당시 우리 부부는 적당히 편안한 관계였기에 이번은 좀 가벼운 글을 쓰고자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작해보니 글은 무거워졌다. 급기야 원래 썼던 글의 반토막을 잘라 결국은 발행하지 못하고 서랍에 넣을 정도로 보여주기 어려운 수준의 무게로 그와의 순간이 내게 다가왔다.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에 대한 이유를 찾은 이후에야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와의 관계를 되짚고 가벼울 수 없는 순간을 적어가며 이유를 찾아가니 그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를 선택했던 나를 이해하고 그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니 더 진심으로 그가 소중했다. 과거의 내가 바보 같다고 더 이상 자학하지 않았다. 그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과거가 아쉬워 더 이상은 그를 시험하지 않았고 질문으로 괴롭히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쉽고도 짧게 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제야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이야기해보라고 한다거나 나와 대화할만하다고 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남녀 사이의 끌림은 내게 부족한 어느 지점에서 시작된다. 결국 다르다는 이야기. 부부 갈등을 겪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너무도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하고 싶다.(물론 사랑에서 너무도 많이 벗어난, 최선을 다한 빠른 탈출만이 답인 상황은 제외) 다만 그것을 얼마나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 담백하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큰 갈등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과거의 나에게 말하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나는 이제 막 부부 갈등이 시작된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자존심 내려두고 솔직하게 두려우면 두렵다,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고 싶다 말해보라고.


사실 두 번째 브런치 북을 끝으로 내가 가진 큰 고민들은 종지부를 찍었다. 여전히 산적한 질문들이 있지만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며 글에 쓰는 시간을 이제는 집 밖의 삶에 쓰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당분간 브런치 작가로서의 연재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올린 마지막 연재 글의 조회수 10000회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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