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이 붙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자신의 몸에 붙은 살들이 참 좋다면서 뚱뚱해진 자신의 몸을 애지중지한다. 그의 모습을 보며 임신 기간 동안 부어오르던 나에게 예쁘다, 사랑스럽다는 말을 쉬지 않던 그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느낀다. 왜 그 순간 나는 그토록 그의 마음을 의심하며 그를 괴롭혔을까. 나는 아마도 나에 대해 자신이 없었나 보다. 또 불안할 만큼 그를 사랑했었나 보다.
항상 식욕이 없었던 그는 살이 찌며 음식의 맛도 알게 되었다 한다.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는 그가 사랑스럽다. 나에게 음식을 만드는 센스가 기가 막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가 고마워 나는 오늘도 요리를 한다. 그의 빛나던 외모 때문에 그를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의 모습을 완벽하게 잃어버린 그를 나는 여전히 어쩌면 더 깊이 사랑한다. 내가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사실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하던 시기, 나를 괴롭힌 물음은 이것이었다. 왜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까. 분명 기회는 충분했다. 방향성이 같은 사람은 종종 있었다. 심지어 소울 메이트이자 멘토라 생각했던 남자 친구는 결국 우리 둘은 결혼하게 될 거라고 말했으니까. 그는 내게 그 어떤 친구보다 소중했다. 나는 나보다 성실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 그에게는 정직하고 굳고 바른 마음이 있어 건강함이 느껴졌다. 그 누구와도 오랜 시간 사귀지 못했던 나였기에 그와 만나게 되었다가 헤어지며 그 친구를 영영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그와 평생을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그를 밀어냈음을 후회했다.
그런데 생각한다. 나의 소울 메이트라 생각했던 그와 항상 대화할 수 있는 평생 친구가 되고 싶었다면 그와 결혼했어야 했음을 나는 진실로 몰랐던 걸까. 어쩌면 나는 그 친구와는 사귀어도 빠른 시간 안에 내가 헤어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와 영혼이 같다고 느꼈던 그 남자 친구와는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의 어릴 적 이야기는 나와 닮아 있었다. 나도 무겁고 그도 무거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생각을 종종 했고 삶에서 넘어지면 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나를 다잡고 다시 일어서 삶과 투쟁하곤 했다.
나의 남편은 그 친구와는 달랐다. 남편은 내가 힘들어 보일 때면 그 친구처럼 주저앉아 울지 말고 일어나라고 응원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저 이제 그만 멈추라고 했다. 가만히 삶을 즐겨보라고. 언제나 쉴 틈 없이 살아온 내가 또다시 길을 떠나는 것이 안쓰럽다했다. 그는 이제껏 고생했는데 이제 그만 여기서 쉬어도 좋겠다고 했다.
나는 나의 남편을 만난 이후 처음으로 멈춰 섰다. 언제나 그의 선택은 명료했고 순간에 충실했다. 성실, 인내, 고뇌 그런 단어가 붙어 다니는 나는 매사 조금 더 가볍고 즐겁기 위한 선택을 하는 그의 곁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치열하게 살아왔으나 그리고 여전히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나는 이제 그만 쉬고 싶었음을, 그래서 나는 나의 남편이 그토록 빛나 보였음을 이제야 안다. 내게 나의 남편은 필연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종종 그가 철없고 게을러 보인다. 그리고 그를 닮은 아이 둘은 나에게 수많은 걱정을 가져다준다. 아이들을 다그치는 나에게 남편은 말한다. 그래서 너의 아이들이 너를 닮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느냐고. 그래서 그렇게 철없던 기억이 없는 너는 그렇게 살아온 것이 행복이었냐고. 남편은 아이들의 철없음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믿는다. 너를 닮고 나를 닮은 아이들이기에 인생을 멋지게 살아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남편의 저 끝을 알 수 없는 긍정의 마음. 나는 그를 마음 깊이 사랑한다.
그는 상당히 재치가 있다. 그로 인하여 우리집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못하는 것이 없다. 화장실에 수납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그는 서랍장을 주문하여 혼자 시공한다. 세면대 설치, 주방 타일 시공, 페인트칠 모두 무척이나 훌륭하다. 운전이 능숙하고 길눈이 밝아 그와 함께 외출하면 마음이 든든하다. 원하는 곳을 말하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덕에 참 많은 곳을 여행했다. 주말에 여행을 가지 않으면 그는 요리를 담당한다. 그가 구워주는 소고기는 정말 맛이 좋다. 그는 누구보다 깨끗하게 화장실 청소를 한다. 바닥을 닦고 분리수거하는 그를 보며 내가 웃으면 이럴 때만 좋아한다고, 그는 삐죽거린다.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귀엽다.
물론 인정하나 이해할 수 없는 그로 인하여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있다. 특히 시도 때도 없는 그의 장난 시도는 컨디션이 저조한 날은 정말 참아주기 힘들다. 다행인 건가. 그는 본사에 가서도 출장이 많은 업무를 맡아 한 달에 2주는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너무도 다른 우리 사이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현재 매우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