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결혼하면 약속해요

이번 달 월급은 다음 달이 되기 전에 다 쓰기로

by 경주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은 인증서와 함께 월급을 내게 주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너와 나의 월급 합쳐서
네가 사고 싶은 거 다 사.

오랜 세월 일하면서도
네 월급을 네가 쓰지 못하는 게
난 늘 마음에 걸렸어.

그러니까 내가 벌어온 거까지
너 다 써.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빨리 나를 데려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던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남편과 나는 쇼핑을 즐긴다. 예쁜 옷과 신발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함께 쇼핑센터로 향한다. 그리고 지금은 꺼내지도 않는 명품 가방을 산다.




우리 옷 사러 가자.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써?


내가 결혼 전에 그랬잖아.

우리 결혼하면
이번 달 월급은
다음 달이 되기 전에 다 쓰자고.


그게 진심이었어?



그러다 아프면?


그렇게 즐겁게 살면 안 아파.




그렇게 즐겁게 살면 안 아프다는 그의 말이 먼 곳에 있는 낙원 같아 마주 보고는 웃고 말았다. 싱겁게 끝나버린 대화.






그와의 대화는 늘 유쾌하지만 생각의 다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살아온 환경, 건강, 능력, 외모가 다른 우리. 따지고 보면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그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지방 소도시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한 아버지 밑에서 걱정 없이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는 건강하며 긍정적이고 두뇌 회전이 빨라서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닥치는 일을 무리 없이 해내곤 했다. 평생 철들지 않는 것이 삶의 모토라는 그. 철없이 단단한 그 생각.


월급을 다 써버리겠다는 그의 계획은 예상 외의 상황으로 주춤한다. 결혼한 지 한 달만에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상황을 늘 안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타고난 약골이다. 임신 후에는 기력이 더욱 없었다. 임신 초기에는 심한 감기에 걸렸다. 의사 선생님은 목 부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일하고 있는 내게 일을 잠시라도 쉬라고 권했다. 그렇게 임신 초기가 지나고 안정기에 들어서는 듯 싶었는데 임신 중독증에 걸렸다. 간수치가 높아져 약을 복용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임신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산부인과 선생님께 여쭈니 건강과 임신은 큰 관련이 없다며 웃으셨다. 딸이 태어난 지 백일 만에 코피가 심하게 나던 어느 날 둘째인 아들을 임신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두 아이가 찾아온 후 삶의 패턴은 급격히 변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그의 소비였다. 첫 아이와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의 약 2년이라는 기간 동안 남편은 패션 관련 소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사 두었던 셔츠나, 바지, 신발을 차례로 꺼내어 입고 신었다. 아버님은 남편의 그런 변화를 믿을 수 없어하셨다.





맥시멀리스트였던 남편은


딸과 아들을 만나게 되면서 소비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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