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임고서원 앞의 작은 서당, 카페 온당
당일치기 서울투어의 피곤이 풀리지 않았지만 가득 찬 금요일을 보내러 집을 나섰다. 경주가 아닌 소도시 영천, 중소기업 면접을 마치고 임고서원으로 향했다.
11시의 서원. 머리를 풀어헤친 벚나무가 나를 가장 먼저 반겼고 이름 모를 노란 나무도 조금 더 가까이 오라고 말을 걸었다. 나무가 말을 거는 듯 느껴진다는 것은 분명 외로움의 신호. 따뜻한 햇살을 한도 없이 받으며 1년 3개월 전 이 장소에 날 처음 데리고 왔던 D언니와의 통화, 면접 후일담을 궁금해할 아빠와의 통화를 연이어했다. 외로움을 채웠으니 배고픔도 채워보자며 돈가스를 먹기 위해 '임고식당'에 도착했으나 만차.. 만석임에 틀림없단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목적지인 '카페온당'. 두 번째 방문인 이곳은 여전히 출입문을 찾기 힘들다. 어디였더라.. 벽인가 싶은 문을 열자 나무톤의 책과 그림이 가득한 공간을 마주했다.
'오늘 이곳에서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을 적어야지'
바빠 보이는 카페 주인을 뒤로하고 공간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2평 남짓한 공간에 책과 그림이 가득한 나무 테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서 포털사이트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을 도서와 주인장의 견해가 메모. 단순한 그림체이지만 따뜻한 내용을 담은 그림 포스터와 책과 관련된 굿즈도 넉넉히 있었다. 글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두 손을 가득 채울 수밖에 없겠다. 커피를 주문해야겠단 마음을 먹은 찰나. 서른 발 즈음 늦었다...
"3명씩 짝지어서 들어가면 된다!!"
4인 이상 방문은 지양한다는 안내문이 적힌 공간에 3명씩 짝을 이룬 사람들이 저마다의 발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그들의 음료가 테이크 아웃이 아니었으면 내가 스페이스 아웃을 했을지도 모른다. 테이크 아웃 손님인 그들과 손 빠른 카페 주인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는 다시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동거인 K의 숙제가 될 필사책 한 권 그리고 서원라테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켰다.
서원라테의 크림과 녹차파우더는 그리 달지 않았다. 크림, 녹차파우더, 에스프레소 적당히 섞인 서원라테는 내 하루와 닮은 맛을 냈다. 달지 않고 쓰지만 먹을만한 내 하루. 그래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내 하루. 라테와 오늘의 하루를 적어내는 것에 한껏 몰두하고 있는 그때, K로부터 전화가 왔다.
K : 어딘데?? 오늘 면접 어땠는데? 밥은 먹었나? 지금 가게 바쁜데 와주면 안 되나? 어딘데?
나 : 말 안 해줄 거야. 나중에 이야기해. 어딘지 말하면 오빠가 뭐 부탁할 거 같아서 싫어
K : 영천 삼송 꾼만두?
잉...? 여기가 좋아서, 써야 할 글이 남아서, 더 쉬고 싶어서, 그리고 만두 사 오라고 할까 봐 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삼송 꾼만두라니? 내가 K를 예상하는 만큼이나 그도 내가 훤히 보이나 보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만두를 조수석에 태워 그의 매장에 도착한 내가 빠르게 그려진다. 먹을 만 한데 쓰다. 서원라테. 지낼 만 한데 피곤하다. 내 휴직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