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뒤부터(나는 요즘 편집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다. 한번 집을 나서면 밤이 되어서야 돌아오기 때문에 집안일이나 글쓰기, 드로잉 등등 해야 할 잡다한 일들을 오전 중에 다 해치워야 한다.
알람이 울리면 생각한다. 먼저 화장실 갔다가 물 마시고, 잠자리 정리하고, 모닝 페이지 쓰고(안 쓸 때가 더 많다), 뉴스레터 읽고(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산더미같이 쌓이는 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그날그날 읽으려고 한다), 어제 그린 그림 수정 좀 하고(파일을 다시 여는 게 두려워서 자꾸 미룬다), 스페인어 단어 복습하고(건너뛸 때가 훨씬 많다), 학원에서 배운 거 복습하고(못 한다. 느림뱅이인 나에게 복습하는 시간은 사치다), 씻고(대부분 귀찮아서 그냥 간다. 지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렇게 하고 나가면 딱 되겠군. 그러려면 지금 일어나야 하는데, 왜 몸이 안 일어나지지? 아오, 어제 유튜브 보다가 늦게 자서 이러는 거잖아. 유튜브 좀 어지간히 봐라, 인간아.
학원에 다니기 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 오늘은 뭐 하지?’ 하는 생각부터 했다. 오늘도 무료한 하루가 될 거 같다는 생각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요즘은 아니다. 살인적인 학원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지금은 ‘무료하다’는 단어의 ㅁ 자도 감히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요새 졸릴 틈도 없이 주 4일 머릿속에 엄청난 양의 지식을 집어넣고 있다(곧 있으면 주 5일, 하루 8시간 동안 이 일을 해내야 한다. 역시 주입식 교육의 선도국인 한국의 국가 주도형 교육답다). 그 지식들이 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짝 있었던 불면증도 단번에 사라졌다(불면증이 있나요? 국가기간전략훈련 코스를 밟아 보세요. 치료 효과가 직빵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지금은 포토샵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알면 알수록 포토샵은 ‘짤(다른 말로 ‘짤방’)’을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나도 짤 만들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엄마, 조금만 기다려. 엄마 친구들 단톡방에 올라오는 그런 짤, 저작권 문제 없는 걸로 내가 많이 많이 만들어 줄게).
홍삼이 절실하게 필요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 피곤함이 싫지만은 않다. 일상에 활력이 생긴 거 같아서 은근히 기분 좋은 요즘이다. (24.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