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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Aug 02. 2021

실화와 우화 사이

영화 모가디슈(Escape from Mogadishu, 2021) 감상평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을 들었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합심해서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고 들었다. 바로 흥미가 식었다. 이미 많이 보여준 이야기 아닌가? 일단 영화 '호텔 르완다(Hotel Rwanda, 2004)'가 떠올랐다. '호텔 르완다'는 르완다 내전 중 1994년에 일어난 학살 사건 와중에, 호텔 밀 콜린스에서 100일 동안 1,268명의 난민을 보호한 호텔 지배인의 이야기다. 아프리카, 내전, 보통 사람의 직업윤리와 휴머니즘... 많은 부분이 겹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쉰들러 리스트(1993)도 있겠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았다면, 호텔 르완다(2004)도 추천한다.


  그래도 극장을 향한 건 감독 류승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전작 '군함도(2017)'는 그 악명에 볼 생각도 못했지만, 류승완은 그전까지 베테랑(2015), 베를린(2012), 부당거래(2010)에서 찐하고 지독한 액션 영화를 찍는 감독이었다. (군함도 만 빼면) 흥행에도 문제없었다. 그러니 제작사도 이렇게 많은 자본이 들어간 대작을 류승완에게 믿고 맡겼을 것이다.


  영화는 한마디로 빈틈없이 멀끔하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내전 상황을 어떻게 이렇게 잘 찍었을까 볼수록 놀라운데,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완성도다. 소품부터 수백명에 달하는 단역들의 연기, 화면의 짜임새와 미술, 촬영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이야기도 군더더기 없이 전진한다. 각 인물들은 적당히 치고 빠지고, 김윤석과 조인성, 허준호와 구교환의 연기는 당연히 훌륭하다.

영화는 모로코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무척 사실적이다.


  서두에 말했지만,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다루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풀린다. 1991 소말리아 당시 상황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닮았다. 일단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바레 대통령은 1991 당시 22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었던 독재자였다. 여기서 전두환과 박정희가 떠오른다. 영화의 초반, 군부독재를 막기 위한 소말리아 국민들의 시위는 군인들의 총칼로 진압된다.  장면에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떠오르는  어쩔  없다. 독재 반대 시위는 점차 총을  내전으로 번지는데, 나라가 둘로 갈려 총을 눈다 점에서 6.25 전쟁이 생각난다. 아마도 감독은 이러한 '실화' 대한민국의 과거를 '우화'처럼 겹쳐 보이려고 했을 것이다.


  1991년 소말리아를 택한 감독의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모가디슈는 '실점하지 않으려는 영화'다. 류승완 특유의 지독하고 뾰족한 부분 -영화 부당거래에서 가장 돋보였던- 이 없다. 감독의 개성은 모두 잘려나가고 다듬어져 매끈하고 깔끔한 부분만 남았다. 그것은 아마도 앞서 말한 '할리우드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완성도'와 연결될 텐데, 많은 자본이 들어가면서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지만, 그만큼 감독보다 투자자(내지는 제작자)의 입김이 더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장점도 단점도 할리우드 영화와 같다.

김윤석의 큰 눈망울과 조인성의 멋있는 듯 멋없는 연기가 캐릭터와 찰떡이었다.


  모가디슈를 본 많은 관객들이 '신파 없는 깔끔한 결말'을 칭찬한다. 동의한다. (아마 감독은 군함도에서 신파는 안된다는 걸 배웠으리라) 그러나 결말은 다소 밋밋하게 보인다. 감정을 절제한 것은 좋으나, 이야기가 끝맺지 못하고 끝나버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뜨겁게 눈물 흘리는 결말이 아니더라도,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우회적이어도 좋으니) 좀 더 보여주었으면 좋았겠다.


이 4명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데, 영화가 끝나면 구교환의 앞날이 창창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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