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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Dec 13. 2016

용광로와 피눈물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박근혜 탄핵 사이에서

 학생 시절 제철소를 견학 간 일이 있었다. 빨갛게 달궈진 쇠들이 납작하게 눌러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빨간 쇠들이 내뿜는 열은 엄청나서, 15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미 굳은 쇠들이 이러한데, 용광로는 얼마나 뜨거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을 보면 그렇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제3자인 내가 이러한데, 유가족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정부에 대한 분노,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 슬픔, 원망, 절망 그 모든 게 뒤섞여서 채 연기로 날아가지 못하고 액체 그대로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다. 단지 내 눈물을 토대로 유가족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날 것이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 직후 간담회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탄핵소추 이전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문장의 의미를 몰랐다는 고백이다. 2014년 304명이 산 채로 천천히 차가운 물에 잠겨 죽었을 때, 그들을 구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도,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고백이고, 범죄자로서의 자백이다.


 자기가 직접 당해 보아야만 피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다면, '피눈물이 난다.'는 말은 쓸모가 없다. 직접 겪은 것만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누가 들을 것을 예비한 말이 아니고, 혼잣말일 뿐이다. 혼잣말은 고립을 위한 것이지 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직접 피눈물이 나 보지 않았더라도,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라면 피눈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해서 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는 피눈물은 물론 눈물의 의미도 모를 것이다.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속담이 있다. 박근혜는 세월호 유가족 눈에 피눈물이 나게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눈에는 무엇이 나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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