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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중 May 28. 2017

노무현 보러 왔습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2017)' 감상평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2017)'는 과거 영상과 현재의 인터뷰를 적절히 조합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논픽션이지만 어떤 픽션도 가지지 못한 힘이 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가진 힘이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사람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39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털어놓는다. 그들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눈이 빨갛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다르지 않다. 처음 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어두컴컴한 극장에 모여 각자 울었다.

 노무현은 부산 지역에서 여러 번 낙선하고, 종로구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그리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무현은 다시 부산으로 간다. 내가 보기에 노무현의 가장 놀랍고 뛰어난 점은 이 지점이다. 부산에서 여러 번 실패했고, 정치 1번지라는 종로구에서 당선되었음에도, 다시 부산에 내려가는 지점. 이 실화의 힘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불가능의 벽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그것도 여러 번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심지어 종로구에 다시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말이다. 그 지점에서 관객들은 그의 진정성을 본다. 그는 정말 동서화합을 위해 정치인생을 건 사람이었다. 부산에서 노무현은 결국 낙선한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극적으로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다. 그때가 노무현과 노무현 지지자의 '화양연화'라고, 노사모 회원들은 추억한다. 하지만 그 저력은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으로 간 그 시점에 완성되었다.

 앞서 이 영화가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분명 영화를 보면 울 것이 뻔했지만,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노무현에 대한 애정에서 극장을 찾았다.

 나에게 노무현은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무현 생전에 나는 그의 국민일 뿐이었고 대학생일 뿐이었다. 그를 실제로 본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그에게서 10원 한 장 받은 일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생각과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긴 그의 행동 때문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 주변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끝까지 살았다. 그러므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생애를 존경할 만하고,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그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그리하여, 그도 단점이 있고 참여정부의 실책도 많지만 본디 모든 사랑이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아이 같다. 자기 본성대로 살았고 성미에 못 이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부럽고 때로는 짠하다. 이 영화 속 어떤 인터뷰이의 말에 따르면, '노무현의 분노 속에 그의 슬픔을 느낀'다면, 당신은 이미 도리가 없다. 노무현 중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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