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중 Sep 18. 2017

2009. 5. 23.에 대하여

노무현 6주기에 쓴 글

(2015년 5월 23일에 쓴 글입니다)
 그때가 벌써 6년 전이라니 놀랍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군대에서 들었다.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 YTN 티비로 들었는데, 처음엔 믿지 않았다. '이 사람이 욕심이 많구나.'라고도 생각했다. 이윽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놀라움, 당혹, 불안, 분노, 후회, 냉소까지.
 그를 처음 안 것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였다. 언론은 '盧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중들의 눈에 그는 갑자기 '뜬'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오랜 뚝심과 많은 역경 끝에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다. 어찌되었든 국민의 눈에, 그는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났다.
 당시 노무현 추도물결로 서울광장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고 한다. 군인이라 가지 못했다. 아마 사람들은, 심지어 그의 정치적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의 인간적인 면을 사랑했을 것이다. 정파를 떠나 그는 존경받을 만한 인간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일기에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이렇게 슬퍼본 것은 처음'이라고 적었다. 그는 그정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일베에서 노무현을 코알라든, 뭐든으로 조롱하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돈다. 아마 노무현이 저승에서 그 사진을 본다면, 유쾌하게 웃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자기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라며, 오히려 즐거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렇게 넓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노란 물결이 서울 광장을 가득 채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자 한 조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