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편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어머니에게 다정하고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가정적인 남자이다. 여중과 여고를 졸업해서 그때까지는 남자 사람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대학교 입학을 하고 1학년때 다이어리 가장 앞에 기도하는 글을 썼다.
운명의 한 사람만 사랑하게 해 주세요.
여러 사람과 만남과 이별을 하긴 싫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느낌이었다. 공대에 입학하고 살을 빼보려고 운동 동아리를 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남자가 많은 환경이 되었고 여러 남자 유형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굳이 사귀지 않아도 피해야 할 남자가 눈에 보였다. 외면은 중요하지 않았다. 성격적으로 호감이 들다가도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면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 남편이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있다는 걸 알고는 나는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무심하고 말이 없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말을 가볍게 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끔씩 던지는 농담은 다들 재미있어했다. 그렇게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쌍꺼풀 없는 눈도 구릿빛 피부도 넓은 어깨도 좋았다. 동아리 친구 사이였지만 문자도 자주 해서 안부도 묻고 밥도 많이 사주었다. 운동 동아리인 장점을 살려 같이 땀 흘리며 힘든 운동을 하니 점점 가까워져 갔다. 당시 유행이었던 '조성모'의 '아시나요' 노래 가사를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가사인 것 같았다.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댈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차마 그대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해야 했던 나였음을
아시나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대 오가는 그 길목에 숨어
저만치 가는 뒷모습이라도
마음껏 보려고 한참을 서성인 나였음을
사귀고 싶은 사람을 골랐다기보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골랐다. 나는 한번 사귀게 되면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담배 피우는 것을 제외하고는 술도 별로 안 좋아하고 여자들과 노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다. 가정적인 남자가 될 것 같았다. 남자는 남자가 봐야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 선배들에게도 은근히 남편의 인간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선배들은 남편이 남자로서 진국이라고 했다.
그리고 주변 여자 동기들에게 내가 남편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먼저 알렸다. 이전에 이 사실을 잘 몰랐던 여자동기가 남편에게 소개팅을 시켜 주었던 것이다. 다행히 영화만 보고 헤어지고 둘 사이에 진전이 없었지만 소개팅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 화가 났다. 한 번은 소개팅 이야기를 해 달라고 짓궂게 물어보는 남자 동기들 무리에서 그냥 웃고만 있는 남편이 미워서 배를 때린 적도 있었다. 남편은 본인이 왜 맞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성관계에 대해선 좀 둔한 편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