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사랑 2

사랑하는 남편

by 은하

다가가고 있는 내 마음을 알고는 있는 건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 너무 궁금해서 장문의 편지를 썼다. 편지를 가지고 간 날은 남편이 기숙사에 일찍 들어가 버렸다. 다음날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내가 편지를 집에 두고 와버렸다. 동아리방에서 남편을 만났는데 더 미룰 수 없어 다이어리 한 장을 찢어서 급하게 글을 썼다. 구구절절 길게 썼던 편지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둘만 있을 때 쪽지를 남편 손에 쥐어주었다.

난 네가 좋은데, 넌 어때?


고백을 말로 할 수도 있었지만 나 또한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경상도 여자였다. 쪽지를 본 신랑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고백에 머리가 백지장이 된 것 같아 보였다.

"생각해 보고 대답해 줘."
"언제까지?"
"오늘 밤까지."

"오늘 밤까지? 내가 너무 생각할 시간이 없는 거 아냐?"
"아니, 난 너무 오래 기다렸거든."


그리고 바로 집으로 와 버렸다. 저녁밥은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그 문자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가족들 다 있는 집에서 통화를 할 수 없어 동전을 집어 들고 집 앞의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천 년 전에 헤어진 연인이 천년을 지나 만났습니다. 이제 천년을 사랑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 문자를 본인이 생각한 건지 어디서 본 걸 쓴 건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어설프지만 용기 낸 고백은 성공이었고 이 남자의 마음도 나와 같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공중전화에서 기쁨의 통화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25년을 지내면서 아직 말다툼도 해본 적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많이 이해해 주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살다 보면 설렘도 없어지고 한다는데 아직도 남편이 너무 좋고 더 반하게 되는 나도 참 이상하다. 결혼하고 더 잘 대해 준다거나 말을 더 예쁘게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 살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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