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쌍둥이
내가 임신을 하고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실 많이 놀라지 않았다. 우리 남편도 이란성 쌍둥이고 나의 외가에도 쌍둥이 사촌이 있다. 하지만 둘 다 아들이라는 것은 조금 실망이었다. 환하게 웃으시며 둘 다 아들이라고,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갑자기 말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미웠다. 성별을 늦게 알고 싶었는데 왠지 모를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에겐 딸이 좋은데 둘 중 한 명은 딸이었으면 좋았을걸이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때부터 태교로 하고 있던 책 읽기와 바느질을 하지 않았다.
포항의 산부인과 병원을 다녔는데 34주부터 뱃속 아이들 위치가 좋지 않아 자연분만이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을 해도 이 병원에는 작은 아이를 위한 인큐베이터와 같은 시설도 없다고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 했다. 어차피 친정이 대구라 조리원도 대구에 예약을 했었다. 그래서 출산예정일 한 달 전부터 짐을 싸서 대구로 갔다.
정말 임신 기간 동안 입덧도 없었고 딱히 특별하게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다. 자다가 남편에게 "우리 아기가 그게 먹고 싶다고 하네. 사 오면 안 될까?" 하는 드라마 속 대사도 해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잠도 잘 자고 배가 아픈 것도 없었고 몸이 붓는 것도 없었다. 내 친구는 날 보며 임신 체질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쌍둥이는 배가 많이 나와서 좀 일찍 찍는 만삭사진도 포항과 대구를 오가며 여러 스튜디오에서 샘플 사진을 찍었다. 볼록한 배를 만지며 여러 옷을 바꿔 입고 찍는 사진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36주 정기 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다. 거기에 알고 지내던 언니가 있어 검진시간 보다 일찍 가서 차를 마시고 놀았다. 그런데 뭔가 아랫배 쪽에서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는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계단도 오르고 많이 걷고 돌아다니다 예약된 시간이 다가와 검진을 받았다.
"자궁이 많이 열렸어요. 응급으로 수술을 해야 합니다."
검진을 하던 의사가 갑자기 급하게 수술 준비를 간호사에게 지시하며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난 진통 비슷한 것도 없는데 출산을 해야 한다니 황당했다. 아이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출산 예정일이 한 달이 남았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는 조금 일찍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난주 검진 때 아이들 성장이 좀 더디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선생님, 아직 아이들이 작은데 출산해도 아이들은 괜찮은 건가요?" 나의 질문에 선생님께서는 단호하게 자궁이 열려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뿐이셨다. 그러면 집에 가서 출산 가방을 꾸려온다고 하니 어딜 가느냐며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난 아무렇지 않은데 응급환자 신세가 되었다.
남편과 통화를 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께 오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전화드렸다. 온 식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겨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분만 준비실에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니 팔에 바늘도 꽂고 혈압도 재고 심장 박동도 체크했다. 간호사분들이 나의 발가락에 바른 매니큐어가 잘 안 지워져 고생하는 것도 보았다. 수술 전에 지워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준비실에는 나뿐만이 아니라 진통이 와서 온 산모들이 있었는데 정말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간호사와 그녀들의 남편을 번갈아 불러댔다. 나만 어리둥절하지만 고통은 없는 평온한 얼굴이었다. 간호사들도 같이 산모들에게 소리쳤다.
"좀 조용하세요! 여기 이 산모가 응급환자이고 산모님들은 아직 멀었어요!"라고. 순간 자연분만을 하면 저런 기나긴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또 찾아든 아이들 걱정에 혼란스러웠다.
미리 금식을 하지 못해 하반신 마취로 수술을 받았다. 정신은 멀쩡하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의 이야기 소리도 다 들렸다. 배에 칼로 긋는 느낌과 피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첫째, 나옵니다." 소리와 함께 조금 있으니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아기를 면포에 싸고 이름표를 붙이고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름표에는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전** 산모 남아 1'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있다가 "둘째, 나옵니다."하고 둘째도 보여주셨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로 다 정상입니다."라는 말도 따라왔다.
2012년 9월 19일 오후 2시 20분 20초 그리고 2012년 9월 19일 2시 22분 20초에 용용이와 콩콩이가 세상에 나왔다.
하반신 마취라 정신이 있지만 또한 정신이 없는 상태여서 아이들 얼굴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의사와 간호사가 농담을 주고받으며 회식을 어디서 할지에 대해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 배를 꿰매면서도 태연하게 대화하는 그들에겐 일이 얼마나 일상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기분이 나쁘다거나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보고 싶어 일찍 세상에 나온 나의 보물들이 아무 탈이 없길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