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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우리 딸

요양원의 우리 엄마

by 굥이

"어휴, 바쁜 우리 딸이 또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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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모두 힘겨웠던 시절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치매와 함께 걷기에 어려움이 있으셨던 엄마를

올케의 소개로 평이 좋은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면회는 생각지도 못하고

요양원을 찾아가도 유리벽 사이에서

서로의 눈빛만을 교환하다가 오는 날이

얼마나 반복되었을까요.


드디어 면회가 조금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래서 15분의 면회이지만 매일매일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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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늘 하시는 엄마의 말씀

"어휴, 바쁜 우리 딸이 또 왔네"


갈 때마다 점점 야위어 가시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지만 엄마 앞에서는

보기 좋아지셨다는 말로 위로를 해 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와의 대화 중에서

우리 엄마의 또 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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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계시는 방의 어르신들 중에

매일 면회를 오는 자녀는 저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면회를 갈 때마다 먹을 것을 챙겨가는데

그것을 방의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매일 다른 음식으로 준비를 했고

엄마는 그렇게 매일 찾아오는 저에게도

고마워하고 미안해도 하셨지만

엄마가 그토록 든든하게 생각하는 사위에게도

너무너무 미안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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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결혼하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온갖 시집살이를 다 견디신 엄마 셨기에

제가 매일 요양원으로 엄마를 찾아오는 것이

시댁에 민폐라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위와 통화를 하던 날

"미안하네"라는 말만 하시고는 묵묵부답

답이 없으셨는데, 그런 엄마의 모습이

저는 너무너무 안타깝고 속상하고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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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위와 더 자주 찾아뵙고

엄마와 같이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미안해하셨을까요

엄마가 당연하게 생각하실 수 있도록

자주 찾아 뵐 수는 없었을까요


늘 그렇지만

저는 또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겁하게 또 이렇게 글로 엄마를 불러대며

보고 싶다고 때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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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라도

"어휴, 바쁜 우리 딸이 또 왔네"

라는 말로 정겹게 맞아 주실 우리 엄마를 떠올리면서...


by 굥이


0bfd77b02aef047a4101c0b3db6a1180 (1).jpg 사진출처 : 굥이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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