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행복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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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하게 된 지 며칠이 지났을까
환경이 바뀌면 예민해지는 큰 아이가
목욕을 끝낸 후
가족 단톡방에 올린 글이다.
뭐가 급 행복해졌을까
궁금해졌는데
아이는 우선 창문을 열면 앞이 훤하게 뚫려있어서 좋단다.
남향이라 햇살도 좋고
무엇보다도 목욕탕에 하얀 실선이 파임 없이
가지런해서 너무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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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행복이라는 단어에
뭔가 큰 것을 기대하고 있던 나라서 그런가
아이가 느끼는 행복이 작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소확행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뭔가 큰 행복을 기대하고 있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늘 범사에 감사하며
어떻게 하면 엄마가 불편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엄마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으로 항상 엄마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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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사도 그렇다.
집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힘들까 봐
가장 좋은 카펫을 깔아 주고
목욕탕에서도 불편함을 덜 느낄 수 있도록
이것저것 꾸며 주고
옷방도 엄마 손이 덜 가도록
신경을 써 준 티가 팍팍 난다.
이런 아이가 나의 딸이라니
아이들에게 받고 있는 사랑이
넘치고 넘쳐서 흐르는데도
나는 항상 먼 곳의 파랑새만을 쫒으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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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곳이 바로 천국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이가 말하던 급 행복의 지름길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특별한 인연 속의 우리
그리고 우리라서 더욱 특별한 우리들만의 인연
아이의 급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지막이 속삭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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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급 행복해졌어."
by 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