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의 경험들 덕분에
학기 초 교사 소개를 할 때, MBTI를 먼저 공개한다.
내향형(I)으로 시작한다고 하면 꼭 한 명은 이렇게 물어본다.
"선생님이 내향형(I)인데 어떻게 선생님을 해요?"
"근데 나 지금 선생님 하고 있잖아! 이렇게 완벽한 선생님이 어디있니?"라고 장난스럽게 넘어가곤 했다.
나는
말이 없는 편이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게 더 편하다.
낯선 사람보다 익숙한 사람이 더 편하며
사람이 많은 곳보다 조용한 곳이 더 편하다.
내가 무언가를 주도하는 것보다 따라가는 게 편하다.
하지만 교사는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고
내 주변엔 항상 사람들로 가득하다.
매년 새로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만나며
내가 주도해서 수업을 하고 업무를 하고 학생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질문을 한 학생처럼, 교사와 내향형(I)은 안 어울린다.
'잠깐만, 근데 내가 학생들 앞에서 말할 수 있을까?'
교사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때, 제일 처음으로 든 고민이이었다.
‘나’를 이루는 기저는 내향형이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으며 내향형에서 가끔 벗어나곤 했다.
그 가끔의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내향형의 나라면 못할 것들을 해냈다. 그 경험들은 아주 사소하지만 결국 나를 교사로 만들어 전교생앞에서 하입보이를 추게 했다.
매년 만나는 '내향형 학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교사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학생이 '내향형'인 성향때문이 아니다.
스스로를 ‘내향형’이라 단정 짓고 갖고 있는 잠재력을 망설일 수 있다는 것. 그 망설임이 교사의 눈에 보일때 고민이 시작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으며 가끔의 경험들을 쌓아가길. 내향형으로도, 외향형으로도 살아보며 진짜 본인의 성향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가끔의 경험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