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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Feb 16. 2024

내향형의 웨이브

내향형이어서 망설였던 나에게서 벗어나기

 

3월, 그리 반갑진 않았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에 적응하기 위해 또 열심히 고군분투했다. 첫날 만난 짝꿍은 눈이 아주 크고 동그란 안경을 쓴 이름도 예쁜 친구였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그 예쁜 친구가 '안녕? 잘 지내자'라고 먼저 인사를 걸었다.


짝꿍과 나는 등하교를 매일 같이 했다. 예쁘고 성격도 활발했던 그 친구가 왜 말도 없고 재미없는 나랑 같이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랑 다니며 밖에서 노는 시간도 많아졌고 더 많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외향형'의 그 친구는 늘 자기표현을 잘했다. 신기했던 건 그 표현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아무도 그 친구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앗, 지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 친구는 이 얘기를 제발 그만하라고 했지만, 익명이니까 봐주겠지.


어느 날 같이 동네 길을 가다가 앞에 가던 아저씨가 담배를 피웠다. 그 연기에 우리가 얼굴을 찌푸렸고, 친구가 '아 담배 냄새'라고 큰 소리로 내뱉었다. 그 아저씨는 기분이 나빴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우리를 째려봤고 옆에 있던 일행이 말려 그냥 갔다. 요즘 말로 '사이다'였다. 내가 못할 말을 그 친구가 자주 해줬다.


친구의 '외향형'이 부러웠다. '난 왜 저렇게 못하지' 답답했다.


친구 덕분에 주위에 '외향형'친구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외향형'을 배웠다.


그리고 어느 날

내 인생에 길이 남을 '외향형'의 경험을 하게 된다.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웨이브를 췄다. 내가!


그 해 학교 장기자랑 무대에서 다나의 '다이아몬드'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친구들이 같이 장기자랑하자고 했을 때, 여러 생각과 감정이 겹쳤다.


'해볼까? 해보고 싶다.'

'네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다니 미쳤어 실수하면 어떡해.‘


용기와 절망을 마구 퍼붓던 중 “서정! 웨이브를 잘 추는데?” 훅 들어온 친구의 칭찬. 어느새 친구 집에서 춤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때 무대 아래 친구들의 얼굴은 하나도 안보였다. 정말 새까맸다. 내가 안 보고 싶어서 안 본 건지, 그 장소가 진짜 어두웠던 건지 모르겠다. 난생 처음 3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맨몸으로 섰다. 노래 반주가 나오고 에라 모르겠다 췄던 기억이 난다.


우리를 비추던 소박한 조명

초등학교 6학년 5명으로는 너무 넓었던 무대

동작이 틀린 친구를 보며 웃음을 참았던 기억


이미 20년도 더 된 그날은 어렴풋하지만

감정은 선명하다.

'재밌다. 친구들이랑 같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도 친구들과 함께 이런 무대도 설 수 있구나'


무대에서 췄던 하늘하늘한 웨이브가 내 마음에서도 일어났다. '내향형'이라 망설였던 내게 웨이브가 일어났다.


그동안 이것 저것 고민만 하며 망설였던 스스로가 많이 아쉬웠다. 그날 무대는 지난 나에 대한 부족함을 비우고 앞으로 내가 맞게 될 성취감으로 채워졌다.


각자 어떤 성향을 이미 가지고있든

각자 어떤 성향이라고 믿고있든


만나는 사람, 겪는 여러 상황 속에서

가진 성향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그 기회를 망설여도 괜찮다. 놓쳐도 또 온다.

다만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자. 결국 ‘내가’ 성취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망설이고 놓치고 노력하고 성취하고.

오늘도 부단히 웨이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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