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남은 것들
2024.3.15. 드디어 금요일이다.
폭풍 같은 5일이 지났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중 유난히 선명한 것이 있다.
-아침 조회시간 전에 아픈 선생님을 대신해 들어드릴 물건은 없는지 늘 교무실 내 자리로 내려와 주는 학생.
-수업 종이 치면 늘 내 자리에 와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가져가주는 수업 부장들.
-학생 상담 중 마지막으로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물었을 때 ‘빨리 나으세요’라고 덤덤하게 말해주는 학생.
-매번 학생들 시키기 무안해서 교실 앞에 놓인 상자들을 혼자 치워보겠다고 낑낑거리니 자기가 하겠다고 와서 도와주는 학생.
-닫힌 교무실 유리문 열기 전 잠깐 심호흡할 때, 유리문 반대편에서 날 지켜보고 있다가 달려와 문을 열어주는 학생.
-화이트데이 날, 원래 사탕 하나 주는 건데 선생님은 아프니까 세 개 먹으라고 퍼주는 학생.
-점심시간 급식지도하러 급식실 갔더니 왜 왔냐고 빨리 가라고 화내주신(?) 교장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들.
-잠시 쉬러 들른 다른 부서에서 편하게 있다 가라며 드립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주신 동료 선생님.
-제발 움직이지 말고 시킬 건 시키라고 하는 부장님과 부서 선생님들.
-자기가 예전에 다쳤을 때 쓴 지팡이라며, 집에서 직접 들고 와주신 동료 선생님.
- 책상 밑 본체에서 낑낑대며 usb를 빼다가 본체가 쓰러졌을 때, 책상 밑으로 들어가 본체를 세워주신 우리 부장님.
- 아침에 노트북 가방 들고 목발 짚고 가는 걸 보고,
“샘 자리에 두면 되죠?” 하고 대신 가방을 들어주신 동료 선생님.
- 목발을 빼자, 다 같이 기뻐해주는 우리 반 학생들.
- 지나가면서 절뚝거리는 나를 보고 “샘 언제 나아요” “빨리 나으세요”라고 해주는 모든 학생들.
한 다섯 가지 정도 생각하고 쓰려했는데 쓰다 보니 끝도 없다.
유난히 예쁜 마음이 잘보인다.
몸은 힘들지만, 예쁜 마음들은 크고 작은 위로가 된다.
예쁜 마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쁜 마음을 더 잘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