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의 별이되자
날씨가 너무 화창했던 주말오후. 아들 녀석과 아파트 놀이터 순회 탐방을 했다.
매일 다니는 집앞 놀이터가 재미없다는 아이의 말에, 옆 단지 아파트 놀이터를 갔다.
이 단지의 놀이터에는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특히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고 있자니,
'아이를 학교 보내며 키우기는 정말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빠, 여기는 내 친구가 없어" 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아들 녀석은 이 미끄럼틈, 저 그네를 오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녀석은 형들을 따라다니며, 동생들과 수다를 떨며 재미나게 놀고 있었고, 나는 벤치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던 중,
"안녕, 에이든, 데이빗 !! 거기 탐슨도 있어!" 라는 톤이 높은 여성의 음성이 들렸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 톤의 주인공은 아이엄마로 보이는 선글라스를 낀 아줌마였다. '아 말로만 들었던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사람들이구나.' 라며 그들의 대화를 얼핏 듣게 되었다. 듣자 하니 그들은 영어유치원 같은 반에 보내는 아이들과 그 엄마들의 모임이었다. '저 아이들에게도 한국이름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불현듯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짓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임신 7,8,9개월차 엄마 아빠의 머릿속엔 다양한 아이들의 이미지가 있었고, 그 이미지를 상상하며 여러가지 이름을 그렸지만... 막상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그 이름은 다 의미없었음이 기억난다.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랄까? 그 후 한 달여의 시간동안 출퇴근길,점심시간 등 발길 닿는 모든 곳의 간판, 지명 등을 모조리 대입해서 아이의 이름을 붙여본다. 인터넷 작명소에서도 이거 저거 검색해보고, 아이 이름짓기라는 책을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하나씩 맞춰보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진 아이들의 이름. '이런 뜻으로 어여쁘고 곱게 자라게 해주세요'라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그 이름.
그 이름을 동사무소에 등록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아빠/가장으로서 가족구성원이 하나 더 생긴다는 묘한 기쁨과 부담감이 같이 다가오는 느낌? 어쨌든 이런 과정을 겪으며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기른다는 것이 이미 굉장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을 비난하거나 그게 잘못됐다고 얘기할 의도는 전혀 아니다.
영어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낸다. 하지만.. 주말에...적어도 집에서는 아이를 맨 처음 낳았을 때 그 모습을 기억한다면, 부모들의 사랑과 관심이 담긴 이름으로 불러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매일 매일 부르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이름, 그 뜻을 다시 새기며 늘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처음 아이들의 이름을 지으며 기도했던 그 마음으로 아이들이 자라길 바라야겠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