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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Oct 28. 2021

그리 복잡하지 않다

아이들의 놀이에서 배운 하하호호 낄낄껄껄

날씨는 맑고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데 왠지 피곤하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 다가오는 아이들의 눈빛에 느낌이 싸하다. "아빠, 놀아요!" "어, 그래. 밖에 나가서 놀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으며 '뭘 하지?' 고민하며 배드민턴채, 축구공, 마실물, 물티슈 등을 작은 가방에 바리 바리 챙긴다.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배드민턴도 좀 치고, 축구공 가지고도 좀 놀고...머 그러다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니 그 때 데리고 들어와야지' 라고 야무지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병아리 놀이터로 간다. 놀이터에 가면 뛰어다니는 아이들 덕에 활기도 넘치고 더불어 기지개도 켜게 된다. 


사이좋게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아 이제 곧 심심하다고 올 건데, 또 뭘 해주나?' 머릿속이 번잡스럽다. 우선 이걸 해주고, 이걸 심심해하면 또 뭘 하자고 하고, 아니면 잠깐 쉬면서 물이랑 간식도 먹이고... 아이들과의 놀이는 이미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잘 짜여진 각본이다. 


그 때, 놀이터에 나타난 첫째의 친구 무리들. 3~4명의 아이들은 잘 튀지 않으나 맞아도 아프지 않는 피구용 탱탱볼 하나를 들고,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숙덕거린다. 잠시 뒤, 어린아이 두 명은 깍두기로 하더니 얼음땡, 술래잡기를 하느라 놀이터가 분주하다. "배드............ (안 칠래?)"라던 나의 계획은 필요가 없게 되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구경도 하고, 아이들 노는 모습도 구경했다. 뭐가 신나는지 연신 하하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피구하자" 라며 자리를 옮겼다. '어, 우리 둘째를 포함한 꼬맹이들은 어쩌려고?' 라는 걱정은 기우. 어린 아이들 두 명은 애초에 피구에 관심이 없다. 놀이터 옆 작은 화단에서 낙엽도 줍고, 떨어진 작은 열매들도 줍고 모으며 하하호호 신나게 논다. 


조금 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편도 가르고, 걸음수를 재가며 시작선/끝선도 정하더니 던지고 받고 피구 삼매경이다. 야무지게 챙겨 나온 배드민턴채와 축구공이 괜히 머쓱해진다. "아빠, 그렇게 계시지 말고 어디 산책 다녀오세요" 라는 첫째의 말에 괜히 놀이터를 한바퀴 빙 걷는다. 머가 그렇게 신나는지 아이들은 하하호호 낄낄껄껄 재미지게도 논다. 


애초에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처럼만 자라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아빠가 미리 터놓으려한 배드민턴과 축구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길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하하호호 낄낄껄껄 자기들이 즐거워 하며, 그 속에서 길을 만들고 또 걷는 거 같다. 무엇이 부모의 바른 역할인지는 아이들이 다 클 때쯤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걸어보지 않은 길,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가려 하면 말려야 하는지, 그걸 즐거워하고 재밌어하는 아이에게 기다림을 줘야 하는지, 늘 정답없는 고민이지만 하하호호 즐거워하는 저 모습은 정답이라 믿고 싶다. 


오늘 저녁에도 학원숙제로 인상쓰고 싫어하지 말고, 하하호호 낄낄껄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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