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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Nov 01. 2021

할 수 있을까?!

은퇴자와 인턴들을 보며...

(코로나19 이전 이야기이다)

집 앞 문화체육센터가 오랜 리모델링 끝에 재개관을 하고, 아침 6시 수영반에 등록을 어렵게 어렵게 했다.

이른 아침 물살을 가르며 아등바등 온몸을 움직이는 수영은 하루의 좋은 활력소이자, 스트레스를 날리며 건강도 챙기는 좋은 습관이었다.


야근, 회식 또는 TV 보며 놀기 등으로 밤 시간이 늦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인지라, 늘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나 또는 5분쯤 늦게 수영장에 입수했다. 아이 문화강좌 오프라인 신청을 위해 어느 날인가 5시 20분쯤부터 길게 줄을 선 날이 있다. 그날 처음 알았다. 5시 40분부터 수영장 입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5시 40분이 돼자, 6시에 내가 수업을 받는 레인에 작은 물살이 보였다. 누구일까? 살펴보니, 같이 수업을 듣는 '어르신'이었다. 대략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 나아침에 겨우 수영장에 시간 맞춰 들어가는데, 그분은 이미 20분 전부터 물살을 가르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가 추운 겨울이었던 거 같은데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다.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조끼에, 패딩에 목도리까지 동여매는 나와 달리, 그 어르신은 반바지에 반팔티 차림으로 작은 가방에 짐을 꾸리고 계셨다. '이 추위에?'라고 갸우뚱하는 나와 달리, 평온한 얼굴로 운동화를 챙겨 신은 그는 탁구장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 후 수영 시간에 전해 들은 그의 이야기는, 아침 6시에 수영을 하고, 7시부터는 탁구를 친다. 그리고 문화센터 옆 도서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책도 읽고 문화센터 수업도 수강하는 무언가를 배우고 몸을 움직이는 부지런하고 건강한 삶이었다.


동시에 '은퇴 후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저렇게 운동하고 배우고 공부하는 삶도 안정적인 노후연금과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미 은퇴한 선배들이나 최근에 은퇴를 하는 회사 선배들을 현재 직장인인 나는 부러워한다. 그들이 젊은 시절부터 보유한 부동산과 안정적인 연금 등 그들은 건강하다면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돈이 많은 선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골프와 여행 이야기는 그렇게 그들과 거리감을 만든다.



(요즘의 이야기다)

몇 년 만에 회사에 인턴이 들어왔다. 채용연계형 인턴도 아니고, 학기 중인 10월부터 시작되는 인턴인데 왜 할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경험을 통한 이력이요. 인턴 경험이 다음에 취업에 매우 도움되거든요." 아.. 내년 봄에 4학년이 되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정직원 입사지원을 할 그들에게 '취업'이란 내 선배 때의 그것과 또 나의 그것과도 매우 다른, 그러나 매우 어려운 지상과제로 느껴졌다.


1학년 때부터 도서관에서 영어, 학과 공부를 해서 학점을 꽉 채우고, 동아리, 인턴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요즘 대학생이 취업을 대하는 태도라고 한다.


세 명의 인턴 모두 "요즘 취업이 정말 어려워요!"라는 진지한 얼굴에, '나 때는 여러 회사 합격하고 골라서 갔어'라는 고전 유머는 꺼내기 미안해졌다. 시답잖은 아재 유머를 날리고 성과급이며 연봉 상승률을 곱씹고 있는 나의 모습은 내가 보고 찌푸린 나의 선배들의 모습과 비슷할까?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고 내리는 그들의 뒷모습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새 구두와 아직은 살짝 어색한 새 정장은 그들의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지만 구두와 옷이 닳을 만큼 부질없는 바쁨이기도 할 것이다.


은퇴한 어르신도, 씩씩한 인턴도, 그리고 낡고 익숙해지고 있는 나도 모두 꿈이 있을 텐데, 과연 누가 그걸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과연 끝일까?


부의 재분배나 사회 평등 실현 같은 거대담론은 아닐 텐데 서로 같은 공간에 너무도 다른  꿈과 현실이 있는 세대들이 살고 있다는 게 서늘하게 느껴지며, 눈을 더 낮춰 우리 아이들 세대를 상상하게 된다.  

              (다소 허무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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