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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Jan 15. 2024

당신이 유산균을 먹어야 하는 이유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유전자 탓을 하곤 한다. 유전이 외모와 성격, 직업적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피나는 노력으로 최정상에 오른 스포츠 스타들조차 재능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끈기와 노력, 환경과 경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유전자는 정말로 중요하다.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은 포커판에서 더 좋은 패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과 같고, 좋은 카드를 지닐수록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이라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유전자가 생물학적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다.


바로 세균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세균과 전쟁을 벌여 왔다. 동시에 세균과 손을 맺고 협력해 왔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몸속에 침투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와 기생충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생각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과 세균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미생물군 유전체학(Microbiome) 학자들은 둘 사이의 은밀한 관계를 파헤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는 10,000 여 종의 세균이 살고 있다. 그리고 800만 개의 보너스 유전자를 우리 몸에 추가로 공급해 준다. 세균의 수는 사람의 세포 수보다도 많고, 무게는 1.3kg나 된다. 따라서 아무리 샤워를 하고 이빨을 닦는다고 해도 몸속의 세균을 다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건강하다는 것 역시 몸에 균이 아예 없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좋은 세균이 나쁜 세균보다 더 많다는 것 뿐이다. 


 무균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생쥐를 보면 알 수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하나도 감염되지 않은 쥐는 그만큼 건강할까? 오히려 그 반대다. 무균쥐는 아무리 잘 먹고 편한 환경에서 살아도 뼈만 남을 만큼 앙상하고, 면역력과 소화력도 약하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도 떨어지고 우울증에 자주 시달린다. 장내 세균의 서포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균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무균 생쥐에게 일반 쥐의 대변을 묻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털을 손질하다 우연히 다른 쥐의 변을 받아먹게 된 쥐는 2주 만에 체중이 불었다. 더 활기차고 긍정적으로 변했고, 우울증도 줄어들었다. 쉽게 불안을 느끼던 결벽증 쥐는 미로를 탐험하는 모험가 쥐가 되었다.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은 마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환자의 장을 보면 유익균이 거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코올 중독자도 마찬가지다. 장내 미생물총이 무너지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된다. 그럼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취약해진다.


 비슷한 예도 많다. 홍수로 상수도가 오염된 캐나다 마을에서는 주민들의 우울증이 급증한다. 모유를 먹은 아기는 분유를 먹은 아기보다 더 건강하고 면역력이 강하다. 모유를 통해 어머니의 좋은 세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시골에서 흙장난을 치며 놀던 시절의 아이들에게선 왜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없었을까? 위생은 지금이 훨씬 발달했는데 말이다. 모래로 덮인 놀이터 바닥이 우레탄으로 바뀐 뒤 아이들의 잔병치례가 늘어난 이유는? 요거트를 먹은 여성들이 화가 난 얼굴을 보아도 두려움을 덜 느끼는 것은? 


 모두 장에 사는 세균이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세균이라고 다 나쁜 게 아니다. 우리는 세균과 함께 진화해 왔고, 수만 년에 걸쳐 든든한 공생 관계를 구축해 왔다. 세균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다. 


 그러니 유산균, 식이섬유, 요거트, 채소를 꾸준히 챙겨 먹도록 노력해 보자. 모두 장내 세균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밥값을 하기 위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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